법원 "사고 직접 원인은 수초섬 아닌 의암댐 수상 통제선"
"행적 편의적 태도와 책임 전가하는 태도는 부적절" 지적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20년 여름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총 8명의 사상자를 낸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와 관련해 춘천시 공무원 등에게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형사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줄곧 혐의를 부인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 피고인들을 향해 도의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꾸짖었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신동일 판사는 14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춘천시 공무원 7명과 수초섬 제작업체 관계자 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법인격인 춘천시와 수초섬 설치업체 A사에도 무죄를 내렸다.
재판부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공수초섬의 임시 계류, 쓰레기 제거 작업, 유실 후 결박 시도 작업 등이 아닌 의암댐에 설치된 '수상 통제선'이라고 봤다.
세 차례에 걸친 결박 실패 후 수초섬 제작업체 직원이 로프를 이용해 수초섬과 묶은 수상 통제선이 수초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오면서 전복 사고를 잇달아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수초섬 임시 계류, 부유물 제거 작업, 수초섬 유실 등 시간순으로 일어난 사실 중 어느 한 사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것만으로는 사건 경과와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자체가 없다거나, 있더라도 수초섬 업체 직원이 수상 통제선에 결박을 시도한 이례적인 사정으로 사고가 촉발됐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이 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증거조사 결과 당시 현장에서 '철수 방송'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당시 춘천시 안전관리책임자 겸 교통환경국장을 비롯한 공무원 7명과 수초섬 설치업체 임원에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사고방지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피고인들의 도의적 비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수초섬 제작이 끝났음에도 춘천시가 이를 수령하지 않고 정당한 근거 없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업 중지를 결정한 사실, 그러면서도 수초섬의 관리는 제작업체에 떠넘긴 채 지시 권한을 행사한 점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행정 편의적 태도로 인해 피해자들이 수초섬 유실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춘천시와 아무런 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넘어서 모든 책임을 수초섬 업체 직원에 전가하는 태도는 유족과 생존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수초섬 제작업체를 향해서도 "모든 책임은 춘천시에만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 도의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음으로써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한 것처럼 해석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바도 있지만, 비난 가능성 및 사회적 필요성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은 2020년 8월 6일 오전 11시 29분께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수초섬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등 안전조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과 피고인들이 유무죄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2년이 넘는 재판 기간 출석한 증인만 20여명에 이른다.
재판부는 2023년 8월 현장검증에 나서 수초섬이 묶여있던 옛 중도선착장에서부터 삼악산 의암매표소에 이르는 총 9개 사건 현장 지점에서 직접 증거를 조사하기도 했다.
[영상] "의암호 사고는 의로운 행동"…사고 순간 미공개 영상 공개[http://yna.kr/AKR2025011411835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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