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상황에 길이 10, 20m 큰 의미 없어…예산 등 문제로 시설 개선 못 해"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무안국제공항을 비롯한 전국 공항의 활주로 인근에 '콘크리트 둔덕' 등 항공기 안전에 위협이 되는 시설물을 설치한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관련 질의에 "(활주로 인근의) 비상 대비 지역(종단안전구역)에 위험한 시설물을 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 저희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사고) 초반에 국토부에서 실무적으로 설명 자료를 낸 것은 규정의 물리적인 해석을 너무 쫓았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배포한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199m로, '활주로 끝에서 최소 150m'라는 기준을 넘겼기에 이 구간 바깥에 있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는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고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약 264m 떨어져 있었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어차피 이 세이프티 존(안전 구역)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만든 것인데, 제동력을 잃어버린 항공기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길이 10m, 20m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국내외 공항 운영 규정의 문구 해석을 기준으로 국토부가 로컬라이저 설치의 잘잘못을 가릴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고시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는 종단안전구역 적용 범위를 가리키는 표현이 각각 로컬라이저가 설치되는 지점 '까지'와 'up to'로 돼 있는데, 국토부 관계자들은 사고 이후 언론 브리핑 등에서 이 표현의 해석을 로컬라이저가 포함(including)되는 것인지, 그 바로 앞까지(up to)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것으로 보더라도, 2010년부터 적용된 공항 안전 운영 기준에 따라 부러지기 쉽게 만들었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 정상적으로는 새 규정이 만들어지면 종전 규정으로 만들어졌던 시설은 다 업그레이드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예산 등의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현장 조사를 거쳐) 전국 7개 공항의 위험 시설은 즉시 시정하도록 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아울러 이들 공항의 항행 안전시설에 대해 연내 개선을 마치고, 조류탐지 레이더와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EMAS)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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