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심문서 방어권 보장 호소…검찰 "증언 오염 우려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우리은행 전 부행장 성모(61)씨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성씨는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 심문기일에서 "선임한 변호사에게 은행 여신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할 기회도 없었다"며 방어권 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직장에 이익이 되도록 소신껏 일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성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보면 범죄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됐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모호함이 있다"며 "피고인을 손 전 회장에 대한 수사의 희생물로 삼은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이 하향식 지시에 의해 진행됐으며, 성씨가 여기에 관여한 대가로 승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씨가 석방되면 공범들과 소통해 증언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씨는 2022년 9월∼2023년 5월 네 차례에 걸쳐 총 154억원의 불법 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작년 11월 구속기소됐다. 현재까지 부당대출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는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 씨와 전 우리은행 본부장 임모 씨까지 총 3명이다.
이날 보석 심문에서는 손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이유로 피고인 측 증거열람을 거부한 검찰을 재판부가 다시금 질타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수사 편의를 위해 피고인 측 증거열람을 거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는데,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증거열람을 허가하면 공범들이 이를 당연히 공유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구속된 피고인들을 주요 인물 수사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시대에 뒤떨어지는 표현"이라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나 신속한 재판 진행 등 형사소송법의 얘기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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