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이스라엘·하마스에 최종 제안 전달…14일 후속 논의
'단계적 휴전'…"하마스, 인질 33명 우선 석방할 듯"
20일 美 대통령 취임식 이전 합의 타결될지 주목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서혜림 고동욱 기자 김동현 특파원 = 계속 공전하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헛돌던 협상은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새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부쩍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 모두 협상 '성과'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최종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휴전 합의의 현실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에서 내가 몇 달 전 구체화한 제안이 마침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이날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타결에 매우 가깝다"면서 "그들(이스라엘과 하마스)은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악수했고 협상을 끝내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어쩌면 이번 주 막바지에 (협상 타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휴전 합의안 성안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익명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중재국인 카타르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최종 제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논의되는 합의안에는 '단계적 휴전'을 골자로 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는 것을 대가로 일단 몇 주간 전쟁을 멈추고, 이후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목표로 이스라엘군의 철수 등을 논의하자는 구상이다.
미국 CNN 방송은 첫 단계에서 42일간 일시 휴전하는 대신 하마스가 33명의 인질을 석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복수의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33명에 대한 석방으로 첫 단계 휴전을 진행하고, 휴전 16일째부터는 종전을 위한 2단계 협상을 시작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 등의 전언이다.
석방되는 인질은 대부분 생존자일 것으로 보이지만 사망자의 유해가 일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해졌다.
14일에는 휴전안의 세부 내용 조율을 위한 후속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몇 시간이 걸릴지, 며칠이 걸릴지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이 막판에 좌초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지난달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90%까지 진척됐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막판 쟁점이 돌출한 적이 있다.
일각에선 하마스의 태도가 상대적으로 유보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의 하마스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종전 의지,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인질 석방의 대가로 송환할 팔레스타인인 구금자 등 세부 사항과 관련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휴전 논의 자체에 반대하는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반발이 심해질 경우 네타냐후 연립 정부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스라엘 의회의 강경파 의원 10명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략적 요충지 주둔을 막는 휴전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퇴임 전 마지막 성과를 거두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와 취임과 동시에 협상 중재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이 휴전 합의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가자지구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하면서 발발해 1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 당국은 전쟁 기간 팔레스타인 주민 4만6천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집계한다.
이스라엘 당국은 현재 94명의 인질이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으며, 이 중 34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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