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2.5㎞ 갱도 곳곳에 시신들 영상…남은 채굴꾼 500여명 추정
폐금광 무단채굴 오랜 문제…당국 '식량 차단' 초강수 두 달 만에 참사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폐금광에서 불법으로 금을 캐려던 채굴꾼 수백명이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이중 최소 100명이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13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남아공 사우스웨스트 지역의 스틸폰테인 폐금광에서 수개월째 갇혀있던 수백 명 중 이날까지 최소 100명이 기아와 탈수로 목숨을 잃었다.
여전히 금광 안에는 500명 이상이 갇혀 있다고 현지 광부 지원 단체인 MACUA는 밝혔다.
이런 참상은 금광에서 구조된 일부 채굴꾼의 휴대전화에서 비닐에 쌓여있는 시신들을 찍은 영상이 지난 10일 나오면서 공개됐다.
영상에는 컴컴한 갱도 위에 시체 수십구가 놓인 가운데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 제발 도와달라. 식량을 넣어주고 우리를 꺼내달라"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들 불법 채굴꾼은 지하 2.5㎞ 깊이에 있는 폐쇄된 금광으로 무단으로 들어갔으며, 당국은 지난해 11월 이들을 지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물과 식량 반입을 중단하고 단속령을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채굴꾼 중 일부는 지난해 4월부터 금광에 들어가 있었으며, 전문적인 광부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금이 풍부한 남아공에서는 금을 다 캐고 폐쇄된 광산에 주민들이 들어가 남은 광물을 캐는 불법 채굴이 수십 년째 문제가 되고 있다.
당국은 스틸폰테인 폐금광에 장비를 배치하고 이번 주 구조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민간 구조 업체 등의 도움으로 26명이 구조되고 시신 18구가 수습됐다.
사망자들이 당국의 통제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숨진 것인지, 체포될까 봐 두려워 나오는 것을 거부하다 숨진 것인지 여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MACUA는 당국이 금광 밖으로 연결된 밧줄을 없애버리면서 채굴꾼들이 안에 갇히게 됐다고 주장했다.
MACUA는 당국 단속령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통제를 해제하라는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채굴꾼의 가족들 또한 금광으로 몰려가 단속령을 풀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남아공 당국이 이처럼 극단적 조치를 내린 것은 광산과 폐광산을 가리지 않고 만연한 불법 채굴로 연간 약 10억달러(1조4천억원 상당)의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폐광에서 활동하는 불법 채굴꾼들은 '자마 자마'(줄루어로 '기회를 잡다'라는 뜻)라고 불리며 대부분 레소토나 모잠비크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이다.
이들은 불법으로 금을 캐서 암시장에 판매하며, 지하에서 몇 달간 생활하는 이들에게 음식이나 담배를 판매하는 소규모 경제도 형성돼 있다.
문제의 금광은 남아공에서 가장 깊은 곳 중 하나인 데다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어서 채굴꾼들이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사나흘에 걸쳐 기어 나와야 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MACUA는 지하로 연결된 도르래를 누군가 파괴해 지난 9일 이를 겨우 복구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지하에 남은 채굴꾼이 몇 명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으며 수백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14일 현장으로 대표단을 파견해 불법 채굴꾼이 지상으로 나오도록 하는 조치를 계속할 방침이다.
MACUA는 "이들 채굴꾼은 범죄자가 아니고 금광이 폐쇄되면서 일자리를 잃고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 전직 광부들"이라며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광산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