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휴전 타결 임박…"하마스, 인질 33명 우선 석방할 듯"

연합뉴스 2025-01-14 11:00:23

단계적 휴전안 논의…'일시 휴전 후 종전 협상 계속' 방식

군 주둔·완충지대 등 쟁점 여전…이스라엘 강경파 반발도 변수

폐허가 된 가자지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 타결이 임박하면서, 첫 단추로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 일부를 우선 석방하는 구체적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은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단계적 휴전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는 것을 대가로 일단 몇 주간 전쟁을 멈추고, 이후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목표로 이스라엘군의 철수 등을 논의하자는 것이 단계적 휴전안의 골자다.

CNN은 첫 단계에서 42일간 일시 휴전하는 대신 하마스가 33명의 인질을 석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복수의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33명의 석방이 이뤄지는 것으로 첫 단계 휴전이 성립하고, 휴전 16일째부터는 종전을 위한 2단계 협상이 시작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석방되는 인질은 대부분 생존자일 것으로 보이지만 사망자의 유해가 일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14일에는 카타르의 중재를 통해 휴전안의 세부 내용 조율을 위한 '근거리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몇몇 인질의 가족들을 불러 면담할 계획이다.

이르면 금명간 양측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몇 시간이 걸릴지, 며칠이 걸릴지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중재에 관여하는 미국 측 관계자도 "어느 때보다도 합의에 근접한 것이 사실이지만, 무산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하마스의 태도는 상대적으로 유보적이다.

익명의 하마스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종전 의지,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인질 석방의 대가로 송환할 팔레스타인인 구금자 등 세부 사항과 관련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하마스 인질 석방 시위

실제 협상의 구체적 조건으로 들어가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쟁점들이 많다.

현재 협상안에는 이스라엘군이 첫 단계 휴전 기간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경계 지대의 '필라델피 회랑'에 계속 주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필라델피 회랑 주둔 문제는 지난해 9월 협상을 막판에 무산시킨 쟁점이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 경계선을 따라 만들어질 완충지대의 폭을 두고도 양측의 의견이 갈린다. 하마스 측은 전쟁 발발 이전인 300∼500m를 선호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2㎞를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거주지로 돌아갈 때 '보안 조치'가 마련돼야 하고,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은 요르단강 서안이 아닌 가자지구나 제3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적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휴전 논의 자체에 반대하는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반발이 심해질 경우 네타냐후 연립 정부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스라엘 의회의 강경파 의원 10명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략적 요충지 주둔을 막는 휴전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내각 내 강경파들을 설득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하면서 발발해 1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 당국은 전쟁 기간 팔레스타인 주민 4만6천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집계한다.

이스라엘 당국은 현재 94명의 인질이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으며, 이 중 34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