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호소문…"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을 갱단 다루듯 몰아붙여"
"野는 재판 지연시키고 사법처리 모면…尹만 사법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나"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해진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자유 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고 밝혔다.
정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직무가 중지되었다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경찰, 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 제삼의 장소에서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에게 특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실을 호도하는 정파적 선동, 수사기관의 폭압으로, 자연인 윤석열의 입을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 비서실장은 "방어권 보장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보장돼야 하는 권리"라며 "우리는 헌법과 법률이 가리키는, 좁은 길을 가야 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 길이 바른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을 언급하며 "야당의 유력 정치인은 이런 사법체계를 교묘히 이용해 재판을 한없이 지연시키고,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사법 처리를 모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윤 대통령만 사법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는가. 윤 대통령에게만 적용되지 않아야 할 무슨 이유가 있는가"라며 "경찰과 공수처의 폭압적인 위협에 윤 대통령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수사관에 끌려 한남동 관저를 나서는 것이, 2025년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모습인가"라며 "공수처와 경찰의 목적이 정말 수사인가 아니면 대통령 망신주기인가. 국민 여러분께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1년이 넘도록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며 "우리 수사기관들은 그 의원들에게 무슨 조치를 했는가"라고 지적했다.
정 비서실장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경찰 병력과 경호처 경호원 사이의 충돌 가능성으로, 국가 기관과 기관이 충돌하면 중재할 수도, 조정할 수도 없다"며 "수천 명의 시민들이 관저 앞에서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밤을 새는데, 경찰과 시민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 비서실장은 "지금 이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행정부의 수반을 맡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뿐"이라며 "경찰과 경호처는 최 권한대행의 지침과 지휘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잘못이 한없이 부끄럽고 죄송스럽다"면서도 "국가 기관이 정면충돌해 나라가 분열될 위기 상황만은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께 직접 호소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윤 대통령의 처지는 고성낙일(孤城落日)이다. 외딴 성에 해가 기울고 있고 도와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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