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받는 EU·나토·英, 내달 3일 유럽방위 미래 논의(종합)

연합뉴스 2025-01-14 07:00:20

유럽 자강·협력 방안 논의 전망…트럼프 '국방비 GDP 5%' 요구

나토, 6월 정상회의 전 새 무기·병력 목표 합의 추진

나토 총장 "美 없는 유럽 방위는 착각…방위비 4배 이상↑"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런던·베를린·파리=연합뉴스) 김지연 김계연 송진원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국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직후인 내달 3일 벨기에에 모여 유럽 방위 미래를 논의한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내달 3일 브뤼셀 인근 리몽성에 27개 회원국을 초청해 유럽 방위 관련 비공식 회의를 연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초청장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 대륙에 다시 고강도 전쟁이 발발했다"며 "유럽이 직면한 위협에 대해" 회원국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이어 이번 회의의 목적이 "우리가 내려야 할 결정을 준비하고, '유럽 방위의 미래에 관한 백서'를 준비 중인 집행위와 고위 대표에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논의는 '유럽의 자주적 방위책임 강화', '유럽 차원의 협력 강화'라는 두 가지 주요 원칙에 기반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기초로 EU의 집단 안보를 위해 우선 개발해야 할 방위 역량, 자금 조달 방안, 비(非)EU 유럽 파트너와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논의 주제가 '유럽 방위'인 만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회의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나토 사무총장과는 EU 지도자들과 오찬을, 스타머 총리와는 만찬을 함께 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이 만찬은 스타머 총리가 27명의 정상과 만나는 첫 번째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기와 나란히 걸린 나토 깃발

초청장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으나 이번 비공식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에 맞서 회원국 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의지를 거듭 밝혀왔으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워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유럽 자강론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토는 올여름까지 새로운 무기 및 병력 목표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네덜란드 해군 대장)이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바우어 위원장은 올해 6월 24∼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전에 "합의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헤이그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방안과 규모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의회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군사력 목표를 맞추려면 동맹국들이 GDP의 3.7%까지 지출해야 할 수도 있지만 공동조달 등 방식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다. 트럼프 당선인은 방위비 비율을 GDP의 5%로 끌어올리라고 나토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뤼터 총장은 "2%는 전혀 충분치 않다. 이를 늘리지 않으면 지금은 몰라도 4∼5년 뒤엔 안전하지 않다"며 "그렇게 안 하려면 러시아어 코스를 듣거나 (유럽을 떠나) 뉴질랜드에 가라. 아니면 지금 더 많은 지출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뤼터 총장은 "향후 10년, 50년에 유럽의 나토를 만들겠다는 건 착각"이라며 "그것(미·유럽의 방위 관계 단절)을 바란다면 방위비 지출을 4배 이상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5개국 국방부 장관·부장관

폴란드·프랑스·독일·이탈리아 국방장관과 영국 국방부 부장관은 이날 폴란드 프루슈쿠프에서 회동하고 나토의 새 지침이 나오면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비 지출이 이미 GDP의 5%에 육박하는 폴란드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에는 난색을 보였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GDP 5%는 독일 전체 예산의 40%를 약간 넘는다. 이것으로 논쟁은 금방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경제위기 시대에 국방비 증액은 다른 때보다 더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나토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폴란드가 4.12%, 영국 2.33%, 독일 2.12%, 프랑스 2.06%였다. 이탈리아는 1.49%로 나토가 제시한 목표치에도 미달했다. 미국은 3.38%로 나토 동맹국 가운데 폴란드·에스토니아에 이어 세 번째였다.

분석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수개월 걸릴 방위비 협의에 앞서 일단 목표치를 높게 불렀으며 결국 3% 정도에서 합의될 것으로 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나토 회원국에 GDP의 3% 이상 국방비 지출을 요구했다가 최근 목표치를 5%로 늘렸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