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조 작업 의무 위반 등 안전 부실 초점…원·하청 책임 조사
"하청 대표, 동료 작업자에 '맘대로 하다 사고났다 진술해달라'"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최근 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20대 잠수부 사망 사고에 대한 해경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사고를 수사 중인 울산해양경찰서는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와 하청업체 대표, HD현대미포 소속 안전관리자 2명 등 총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에서 선박 검사를 위해 투입된 하청업체 소속 잠수부 김기범(22) 씨의 잠수 작업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김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김씨는 수중에서 선박 하부를 촬영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두 차례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입수(1차 잠수)에선 동료 작업자와 함께 1시간가량의 작업 후 무사히 복귀했지만, 8분 만에 혼자 들어간 재입수(2차 잠수)에서 문제가 생겼다.
오전 11시 28분에 30분가량 작업 가능한 공기통을 메고 재입수했는데, 1시간 30분이 넘게 지난 오후 1시 11분에야 동료 작업자가 이 사실을 원청에 알렸다.
결국 김씨는 입수 4시간이 지난 오후 3시 34분께 수중 드론에 의해 발견, 30분 뒤 소방 잠수부에 의해 물 위로 인양됐다.
해경과 고용노동부는 2차 잠수 당시 왜 2인 1조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는지, 어떤 안전 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하고 있다.
김씨가 사망한 2차 잠수는 스쿠버 잠수(잠수부가 호흡용 기체통을 휴대해 호흡하는 방식)로 진행됐는데, 현행법상 스쿠버 잠수에서는 2인 1조 작업이 의무다.
안전 관리자 배치 여부도 중점 조사 대상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스쿠버 잠수작업 시 작업자의 이상 유무를 살피는 감시인이 현장에 배치돼야 한다.
사고 당시 하청업체 소속 감시인 1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원청인 HD현대미포 소속 안전 관리자는 재입수 직후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수중 시계, 수중 압력계, 예리한 칼, 비상 기체통, 부력조절기 등 스쿠버 잠수 작업자에게 제공해야 할 장비가 김씨에게 제공됐는지 등이 중점 수사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청업체 대표가 현장에 있던 직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는 말도 나와 관련 사항도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 조문을 위해 빈소를 방문한 김씨의 동료 작업자들은 이달 초 자신들을 불러낸 대표가 "김씨 마음대로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유족에게 전했다.
또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던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진술해달라고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유족은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소환해 진술을 들을 예정"이라며 "자세한 수사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jja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