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한군 사상자 3천여명…'김정은 장군' 외치며 자폭 시도도"(종합)

연합뉴스 2025-01-13 20:00:08

"생포 전 자결 강조…파병군 가족들 '노예병·대포밥'이라며 자조"

정보위 보고…"北포로, 韓귀순 입장 표명 없어…요청시 우크라와 협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사직 이유 놓고 여야 엇갈린 전언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조다운 기자 = 국가정보원은 13일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돼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군 병사들의 사상자가 3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가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국정원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교전 참여 지역이 쿠르스크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북한군 피해 규모가 사망 300여명, 부상 2천700여명으로 사상자 수가 3천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이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또 "최근 입수한 북한군 전투 영상을 분석한 결과 무의미한 원거리 드론 조준 사격 및 후방 화력 지원 없는 돌격 전술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 부족과 러시아 측의 북한군 활용 방식이 결과적으로 대규모 사상자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전사자 소지 메모에서 북한 당국이 생포 이전에 자폭 자결을 강조하는 내용과 함께 병사들이 노동당 입당 및 사면을 기대하고 있는 내용도 발견됐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최근 북한군 병사 1명이 우크라이나 군에 붙잡힐 위기에 처하자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수류탄을 꺼내서 자폭을 시도하다 사살된 사례도 확인됐다고 한다.

다만, 국정원은 북한군이 자폭하다 사살된 시점과 장소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을 통해 전달받은 내용이라고 전했다.

국정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당국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은 정찰총국 소속으로, 북한 당국이 파병 급여에 대한 약속이 없이 '영웅으로 우대 대우한다'는 공지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그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입장 표명을 한 것은 없다"며 "국정원은 북한군도 헌법적 가치를 봤을 때 우리나라 국민에 포함되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에 입각해서 귀순 요청을 하면 우크라이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소식이 암암리에 확산 중으로, 파병군 가족들은 '노예병, 대포밥'이라는 자조와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그러나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러시아의 지원과 민생 개선을 기대하는 반응으로, 북한 당국이 파병군 가족의 식량·생활필수품 등 물질적 보상을 제공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조태용 국정원장,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출석

국정원은 북한 동향과 관련해서는 "당분간 대(對)러시아 추가 무기 지원 및 파병을 통한 군사 경제적 반대 급부 확보에 매진하면서 올해 상반기 김정은의 방러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지난 6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과 관련해서는 "극초음속 활공체의 비행 성능 보완 후 재검증 시도가 목적"이라며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의 첫 번째 행보로서 역내 미군 견제 자산을 과시하며 트럼프 진영의 시선을 끌 목적도 있었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한편,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아 경질됐다고 주장한 홍장원 전 1차장의 사직 이유에 대해선 여야 의원들의 전언이 엇갈렸다.

박 의원은 "홍 전 차장이 (계엄 직후) '야당 대표에게도 체포 (시도)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조태용 원장이) 대통령실에 사표를 요청해 수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야당 대표 체포 발언 때문이 아니라 계엄 이후 홍 전 차장이 (조 원장에게)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필요하지 않냐'고 건의했고, 조 원장 입장에서는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표를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홍 전 차장이 계엄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내용을 보고하자 조 원장이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는 언급을 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보고를 직접적으로, 바로 받은 바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ge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