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 "대통령 체포 동원된 경찰, 흑역사 될 것"(종합)

연합뉴스 2025-01-13 15:00:09

충청광역연합장 명의 SNS 글 삭제했다 하루 만에 재게재

민주당 충북도의원들 "목불인견 글로 도민 가슴에 대못" 비판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김영환 충북지사가 대통령 탄핵 정국과 관련한 잇단 정치적 발언으로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자회견 하는 민주당 소속 충북도의원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북도의원 일동(9명)은 13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가 전날 충청광역연합장의 이름으로 남긴 대한민국 경찰에 대한 호소글은 윤석열 체포가 아니라 내란수괴를 옹호하고 경찰은 체포에 나서지 말라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라며 "목불인견의 글로 도민의 가슴에 대못을 들이대고야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지사는 불과 며칠 전인 지난해 말 모 사찰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위로와 자비의 기도를 당부해 비판받았고, 새해 들어선 국민의힘 12개 시도지사협의회장 명의로 윤석열 체포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며 "허구한 날 뉴스의 중심에 서지 못하면 잠을 못 이루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그 와중에 자신이 꼭두각시처럼 행세하고 있는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장과 충청광역연합장의 직함을 사용한 이유도 묻고 싶다"며 "내란 준동세력으로서 충청도 전체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에게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는 충고를 한다"며 "제발 못나고 못된 짓 그만하고, 조금이라도 도와 도민을 생각한다면 도지사 직에서 당장 사퇴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지사는 전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법 논란이 있는 공수처의 현직 대통령 체포에 경찰을 투입하는 일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며 "후에 경찰의 흑역사, 경찰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이력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김영환 충북지사의 페이스북 글 캡처

김 지사는 "국민으로부터 수사권을 위임받은 여러분이 왜 현행범도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을 체포하는 일에 나서 들러리를 서야 한단 말인가"라며 "이 시간이 지나면 새벽이 올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경찰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어 "단호히 한남동 차출을 반대하고, 국민들에게 독립·영웅적인 경찰의 모습을 보여달라"면서 '충청광역연합장 김영환'이란 명의로 글을 끝맺었다.

김 지사는 이 글을 게재한 지 수 시간 뒤 돌연 삭제했으나, 이날 민주당 도의원들의 기자회견 후 다시 올리며 "글을 내린 건 방송영상이 첨부돼 저작권이 문제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내란 프레임으로 도지사의 입조차 막으려 해 다시 글을 올리니 도민이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김 지사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을 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28일 단양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축사를 통해 "구인사를 너무나 사랑했던 우리 윤석열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 여러분께서 위로와 자비의 기도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또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국힘 시도지사협의회 명의로 공수처의 대통령 수사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SNS에 게시하고, 민주당 전용기 국회의원이 '카카오톡으로 내란 선동 관련 가짜뉴스를 퍼트리면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이제는 전 국민 카톡을 검열한다는데,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충북도당과 충북비상시국회의 등은 "김 지사는 내란 동조 세력이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