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세금 전쟁'도 예고

연합뉴스 2025-01-13 12:00:12

글로벌 최저한세 조항 두고 전운 감돌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미국 다국적 기업에 높은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조항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최저한세' 협정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는 전 세계 매출이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본사 소재 국가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내는 경우 다른 나라에서 소득산입보완규칙(UTPR)을 적용해 15%에 미달한 세율만큼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저율 과세 국가를 찾아다니며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2021년 10월 OECD에서 합의된 이후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영국, 노르웨이, 호주, 일본, 캐나다 등에서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은 이 조항이 '차별적'이라며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국 다국적 기업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유럽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한 다국적 대기업의 세무팀장은 FT에 "2025년은 모든 것이 지옥으로 가고 기업들이 그 한중간에 휩쓸려 들어가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OECD 조세위원회의 앨런 맥린 비즈니스 위원장도 "글로벌 최저한세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는 기업의 운영 비용을 높이고 소비자 가격을 인상해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계법인 EY의 아루나 칼리아남 글로벌 조세 정책팀장은 "미국 공화당에서는 미국 기업이 UTPR을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EU가 수출에 대한 우호적 대우를 대가로 미국과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EU의 대미 무역 흑자는 1천580억 유로 수준이다.

오스트리아의 세무법인 아이콘 비르트샤프트슈트루한트의 발렌틴 벤들링거 수석 컨설턴트는 "유럽은 법 준수에 강한 문화를 갖고 있지만 앞으로 트럼프와 EU가 경제 전쟁을 벌이지 않기 위해 UTPR 적용을 포기하기로 합의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27개 EU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항 변경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도 있다.

코펜하겐 경영대학원의 라스무스 콜린 크리스텐슨 국제조세 연구원은 "UTPR은 널리 시행되고 있는 강력한 협상 카드로, 쉽게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KPMG의 다니엘 롤페스 미국세 팀장은 "모종의 거래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