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민보며 뿌듯"…세종 빛축제 시민모금 제안한 임인택씨

연합뉴스 2025-01-13 10:00:11

예산 삭감에 소상공인 등 25개 단체 참여…15일 불꽃쇼와 함께 폐막

세종 빛축제 현장

(세종=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온 가족이 빛축제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기획부터 집행까지 모든 과정을 시민이 직접 주관한 세종 빛축제 폐막을 앞둔 지난 10일 오후 만난 임인택 세종빛축제 시민추진단 상임대표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축제 폐막이 코앞이지만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건물관리업체를 운영하는 임씨는 빛축제가 시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폐지 위기에 놓이자 시민의 힘으로 축제를 개최하자며 시민추진단을 제안한 인물이다.

그는 "겨울철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방문객 유입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의 빛축제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시민 모금으로 축제를 개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인들에게 계획을 알렸고 금강수변상가번영회와 사회적기업협의회 등 11개 단체가 뜻을 같이하면서 빛축제 시민추진단이 구성됐다.

기업과 단체 등을 방문해 추진단 구성 취지를 소개하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식당 주인, 커피숍 알바생, 직장인 등 평범한 시민이 모금 운동에 동참했다"며 "시민추진단 참여 단체도 25개로 늘면서 모금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임인택씨

이렇게 모은 금액이 2억원이다.

시민 주도 축제라는 소식에, 대기업에서 불꽃쇼를 협찬하기로 했고 공주영상대 학생들이 드론쇼를 선보이기로 하면서 킬러 콘텐츠도 확보했다.

모든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탄핵 정국에다 세밑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영향으로 축제를 이어가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민추진단 활동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임씨는 "어떤 사람은 시장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었고 또 다른 사람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느냐는 비아냥도 있었다"며 "축제를 통해 시민이 하나가 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모든 시민이 행복하게 즐기며 화합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탄핵 정국과 제주항공 참사로 축제를 즐긴 시민이 줄어든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최민호 세종시장도 빛축제 시민추진단의 활동을 높이 사며 진정한 '시민 자본'이자 '사회적 자본'이라고 평가했다.

최 시장이 올해를 세종사랑 운동의 원년으로 선언한 데도 빛축제 시민 추진단의 활동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정한 시민축제로 거듭난 세종 빛축제는 오는 15일 오후 7시 30분 보람동 이응다리 남측광장에서 34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화려한 막을 내린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탭댄스와 시니어 모델의 패션쇼가 진행되고 드론쇼와 불꽃쇼 등이 겨울밤을 화려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