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개장=탕 → 육개장=쇠고기+탕?

연합뉴스 2025-01-13 07:00:13

개장(개+醬)을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개고기를 여러 가지 양념, 채소와 함께 고아 끓인 국이라고 풀었습니다. 옛날부터 삼복(三伏) 때 또는 병자의 보신을 위하여 이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부연합니다. 개장국으로도 쓴다는 설명과 함께.

말맛을 더하고 글맛을 깨우려는 목적으로 국문학자 조항범이 쓴 『우리말 어원 이야기』는 우리 민족이 개장국을 많이 먹었을 것이라고 전합니다. 다른 짐승의 고기보다 개고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일 테지요. 개장이 대표적인 탕(湯)으로 인식되기에 이르게 된 배경입니다. 그 결과 개장에 탕이라는 일반적인 의미가 덤으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은이는 짚습니다.

육개장이 어떻게 생성된 낱말임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육(肉)은 쇠고기를 가리킵니다. 육탕, 즉 쇠고기를 끓인 국이 육개장이겠습니다. 쇠고기는 한자 육으로 표현되었지만, 닭고기를 넣어 끓인 탕은 계(鷄)개장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닭개장입니다.

육개장

책은 한국 음식에 탕이 많다고 하면서 크게 세 종류를 예시합니다. 소탕(素湯) 어탕(魚湯) 육탕(肉湯)입니다. 어탕은 생선, 육탕은 고기를 넣어서 끓인 것임을 알겠습니다. 그럼, 소탕은 뭘까요? 고기붙이를 전혀 넣지 않고 끓인 국입니다. 두부탕이 흔한 소탕입니다. 추어탕은 어탕이겠고요. 육탕으론 갈비탕 육개장 닭곰탕이 생각납니다. 쇠고기 대신 닭고기 넣은 육개장을 연상하면 그만일 얼큰한 닭개장과 달리, 닭곰탕은 국물을 맑게 우려야 제대로인 겁니다.

조상들은 어쩔 수 없이 소탕을 먹을 때도 많았으리라 짐작합니다. 왜긴요? 고기가 귀했기 때문이지요. 요즘과 다르게 개장국을 많이 먹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국이나 찌개에 넣는 고기붙이를 [꾸미]라고 합니다. 맛있게 느껴지는 낱말입니다. 좀 씹히는 게 있어야 국 먹을 맛이 나잖겠어요? 얼쑤! 꾸미라, 꾸미라, 꾸미라… 꾸미 덕에 국이 더 맛있어질 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조항범, 『우리말 어원 이야기』,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 2017

2. 박영수, 『우리말의 발견』, 사람in, 2023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