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대압박' 목전에…"이란, 中에 비축한 원유 판매 추진"

연합뉴스 2025-01-12 13:00:04

WSJ, 소식통 인용 보도…"다롄에 보관한 원유 300만 배럴 선적"

오일 펌프 모형과 이란 국기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란이 중국에 비축한 석유를 내다 파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화한 중동 내 세력 복원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대이란 최대 압박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임박한 와중에 이뤄진 조치이기도 하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다롄에 보관 중이던 이란산 원유 약 300만 배럴이 유조선에 선적됐다.

이란은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의 새로운 제재로 원유 수출이 가로막힐 것을 우려해 최소 2천500만 배럴의 원유를 중국 다롄과 저우산 항구에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중 일부를 꺼낸 것이다.

소식통들은 유조선 '마데스타'가 이달 초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다롄항을 떠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조선 'CH 빌리언'은 이곳에 정박한 상태로 원유 70만 배럴을 선적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선박 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마데스타와 CH 빌리언은 모두 파나마 선적의 선박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말~12월 이란 당국과의 논의 끝에 원유 선적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중국에 비축한 석유를 내다 팔려고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중국의 승인이 떨어진 적이 없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 상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면서도 중국은 국제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란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이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제재를 남용하는 데 대해 반대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란 주유엔대표부는 WSJ의 입장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다.

소식통들은 중국에 비축한 이란산 원유 전량을 현재 시장 가격으로 환산하면 20억 달러(약 3조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전량 판매 시 중국에 지급하는 보관 비용 10억 달러를 제외하고 1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란산 원유의 주요 고객이던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따라 2022년 구매를 공식 중단했다.

중국이 제재 위반을 피하면서 자국 저장고에 있는 이란산 원유를 구입하려면 일단 이를 중국 밖으로 운송한 뒤 원산지가 다른 곳으로 표시된 상태로 수입해와야 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란의 이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원유 판매를 겨냥해 고강도 제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팀은 행정부 출범 직후 1기 때 시행한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강력한 중국 견제를 예고한 가운데 이란의 원유 판매를 지원하는 듯한 중국의 결정은 양국 사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