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종종 미디어를 통해 세계 슈퍼 리치의 화려한 삶을 엿보게 된다.
미디어에는 그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고, 얼마나 많은 돈을 가졌는지 나온다. 또한 어떤 집에서 살고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새로 구매한 요트가 얼마나 크고 화려한지까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부러워한다. 그들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흉내 내고 싶어진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강력한 집단 최면, 즉, 자본주의 메타버스에 빠져드는 순간이다.
자본주의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콘텐츠는 단연 광고다. 자본주의 사회는 시장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장 중심적인 경제 체제다.
시장은 더 큰 성장을 위해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계속 생산해낸다. 거의 무한정에 가깝게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소비를 부추기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다.
"이것이 당신을 행복하고 기쁘게 해줄 것이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최고로 멋진 삶을 당신에게 선물할 것"이라며 유혹의 메시지를 만들고, 이를 매우 함축적으로 집약해 가상의 생산물인 광고를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 광고 메타버스에서 소수의 이상적인 모델에 의해 제시되는 가상의 행위는 소비에 한계도 없다. 최고급 차를 타고, 비싼 시계를 차고, 최고급 브랜드 옷을 입고, 최고급 공간에서 최고급 음식을 먹고 마시는 소비를 한다.
이 모든 행위는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일어나지만, 모두가 그 안에 빠져들어 자신도 그들처럼 되기를 꿈꾼다.
이런 이유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명품, 자동차, 화장품, 아파트 등 가상의 광고 생산물이 잡지, TV,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무한정 생산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 세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 욕망을 자극하는 자본주의 광고 메타버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경쟁, 부의 축적, 기업, 소비, 생산, 시장, 부의 측정 시스템, 숫자, 통계, 순위 등이 중요한 요소다. TV나 잡지 등의 미디어가 창조하는 자본주의 광고 메타버스의 세상에서는 이 요소가 극한의 모습으로 선보인다.
즉, 엄청난 규모와 생산력을 가진 기업이 대중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광고 메타버스를 통해 이상향의 세계를 연출하는 것이다.
영화배우, 가수, 아이돌, 패션모델 등 모두가 동경하고 부러워할 정도의 완벽한 외모를 가진 소수의 남녀를 모델로 등장시키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부의 축적과 극단적인 소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상상해보라.
'인간 샤넬'로 불리는 블랙핑크의 제니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넬로 치장하고 최고급 휴양지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있다. 광고에서 이 장면을 본다면 우리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마치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간 샤넬' 제니와 유사한 이미지의 사람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제품을 소비하는 순간 광고 메타버스가 창조해낸 가상성에 온전히 합류하는 것이다.
광고에서 생산되는 많은 상품을 소비시키기 위한 가상의 공간 또한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광고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다양한 공간을 구현한다. 화려한 도심, 고급스러운 휴양지는 물론이고 시공을 초월한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삼기도 한다.
수백 년, 수천 년을 지나 과거나 미래로 가서 다른 시대를 재현하기도 하고, 공간을 초월해 천상이나 심해, 우주가 펼쳐지기도 한다. 완벽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장소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시간과 장소는 물론, 공간의 규모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스포츠카의 운전석이나 스마트한 사무 공간도 좋고, 초호화 빌라나 최고급 호텔, 파리의 거리, 휴양지 등 대중을 유혹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면 어디든 광고 메타버스의 공간이 된다.
규모로 따지자면 한 평도 안 되는 자동차지만 그것이 최고급 스포츠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포츠카 운전석에 앉은 매력적인 남성이 손목에 찬 시계는 그 자체로 명품이 된다.
비싼 가격의 명품 시계가 멋진 배경과 모델을 통해 그 이상의 가치를 뽐내면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이로써 소비자는 광고가 전하는 메타버스의 세계로 완벽하게 빠져들고, 급기야 현실 세계에서 구매라는 행위까지 나아가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행복감이 물씬 풍기는 모델의 '미소'는 광고 메타버스의 화룡점정이 된다.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 대부분이 언제나 그들의 아름답고 멋진 미소로 마무리된다.
◇ 메타버스에서 이뤄지는 광고의 궁극적 목적
모든 상품은 소비자가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얻게 될 행복감과 만족감을 모델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유혹해 소비 행위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광고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가상의 행위를 실제의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광고 속 모델에게 집중하게 해야 한다.
그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어떤 시계를 차고 있는지, 어떤 차를 타고 있는지, 어떤 소파에 앉아 있는지, 무엇을 먹고 있는지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최고의 공간과 모델, 환상적인 이미지, 매력적인 미소 등이 모두 집약된 덕분에 30초 남짓한 짧은 광고임에도 소비자는 이 모든 중요한 관전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이를 통해 광고에 내포된 가성성을 소비하려는 욕망과 실질적인 소비 행위가 더욱 확대되고 강력해진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돈이 무한하고 지구의 자원 고갈이나 환경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인간은 누구나 원하는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완벽한 소비를 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최고의 이상향이 바로 이것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모두 살 수 있는, 완벽한 소비가 가능한 환경을 자본주의는 광고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