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은 포로 사진도 공개…"北참전 핵심 증거…언론에 수감자 접근 허용"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우크라이나는 11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군 포로 2명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포로들의 사진을 공개하고 이들에 대한 언론 접근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세계가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자국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고 밝히며 이들의 모습과 군인 신분증을 촬영한 사진 등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한 북한군이 각각 2005년과 1999년에 태어났으며, 각각 2021년과 2016년부터 복무했다고 밝혔다.
사진에 따르면 포로 1명은 두 손을 붕대로 칭칭 감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얼굴에 붕대를 둘렀는데, 턱 쪽에는 핏자국으로 보이는 얼룩이 있다. 아랫입술은 부르트고 부은 듯했다.
이들이 철제 침대에 담요를 덮고 누워 카메라를 바라보거나, 앉아서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의 사진도 있었다.
의사는 한 병사는 안면에 상처가 있어 치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며, 다른 병사는 다리가 골절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분증은 1994년생 안톤 아리우킨이라는 이름이 기재돼 있었고, 시베리아 남부 투바 공화국에서 발급한 것으로 돼 있다.
SBU은 자국군 특수작전부대 제84전술그룹이 포로 중 한 명을 지난 9일 생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명은 낙하산부대가 붙잡았다고 했다. 다만 이 북한군의 생포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군 생포 장면으로 보이는 작전 영상도 공개했다.
드론이 촬영한 이 영상에는 우거진 숲에서 군복을 입은 5명이 누군가를 들것에 옮긴 뒤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에는 비장한 분위기의 배경음악도 깔렸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북한군 생포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부각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SBU는 이번 생포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에 "러시아군과 북한군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지우기 위해 대개 부상자를 처형한다"며 이번 작전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기자들이 이 수감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SBU에 지시했다"며 "세상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북한군 파병 현황과 사상자 규모 등을 설명하며 서방 지원국들의 파병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쟁 포로를 언론에 적극 공개하는 것이 제네바 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협약의 관련 규정을 들어 "이 개념은 때때로 포로를 공공에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전쟁포로의 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 제13조는 '전쟁 포로는 항상 보호돼야 하며, 특히 폭력이나 위협 행위, 모욕 및 공공의 호기심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