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틀러 전 USTR 부대표 "韓의 대미 투자가 美 경제에 주는 혜택 적극 알려야"
"한미 핵심기술·공급망 협력 지속 전망…對中 수출통제는 강화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에서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신호를 보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미국의 통상 전문가가 제언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지난 8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양자 무역적자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을 고려하면 그가 한국과 교역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아주 작거나 없기를 매우 바란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통상 전문가로, 지난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대표였다.
커틀러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무역 불균형)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더 구매하고 대미 수출을 줄이려는 노력 등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미국 일자리와 경제는 물론이며 미국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트럼프 측에 적극 알릴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주도적으로 준비하되 너무 많은 것을 받아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한미 간 핵심기술과 공급망 협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출통제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음은 커틀러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수시로 관세 부과를 거론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동맹인 한국에 대해서도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까. 아니면 관세는 협상 도구인가.
▲ 그의 참모 일부는 관세를 실제 부과하지 않고 지렛대로 이용하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참모들은 특히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 '디커플링'(분리) 하려고 하면서 관세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만약 트럼프가 모든 국가나 일부 국가에 10∼20%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 동기는 그런 국가들과 협상해 무역 관계의 균형을 다시 맞추고자 하는 욕구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쉬지 않고 관세를 언급하고 있으며, 관세는 그가 가장 선호하고 편하게 여기는 무역 도구 같다.
--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 양자 무역적자에 대한 그의 집착을 고려하면 난 그가 한국과의 교역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아주 작거나 없기를 매우 바란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더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하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더 구매하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
-- 한국 정부가 단기간에 무역수지를 조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먼저 한국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가 미국의 고용 상황과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에 가져온 혜택에 관해 설명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 기업들과 사업 관계를 확대하는 게 미국이 중국과 경제 관계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줄이는 데(derisk) 도움이 되며, 한국 기업들이 중요한 노하우와 기술을 미국에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하룻밤 사이에 흑자로 바꿀 수는 없지만, 한국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더 구매하고 대미 수출을 줄이려는 노력 등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미 미국에 많이 투자해 더 투자할 여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 완전히 새로운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진행하는 투자를 확대하거나 기술적으로 더 진보된 제품과 생산 기법을 미국에 가져오는 것도 된다.
-- 한국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거나 행동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응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트럼프가 행동하기 전에 주도적으로 거래를 제안하는 게 낫다고 보나.
▲ 한국 정부가 해야 할 결정이지만, 난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본능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매우 설득력 있는 서사(story)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매우 긴밀한 교역·투자 파트너이며 미국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은) 미국 기업이 경쟁력이 없거나 한국 기업보다 경쟁력이 부족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그런 투자는 (단순한) 일자리를 늘릴 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 일각에서는 한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를 들어주되 한국이 원하는 것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와 이런 '공정한 합의'가 가능하다고 보나, 아니면 한국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하나.
▲ (한국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면) 한국 정부로선 한국이 전부 양보하고 미국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는,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친 협상 결과를 (한국) 국민에게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한국은 미국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난 한국의 친구들에게 그런 목표를 과하게 설정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기를 권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보면 한국도 일부 이득을 챙겼다. 완전히 치우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는 양보할 준비가 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했는데, 2기에서도 또 개정하려고 할까.
▲ 한미 FTA를 현대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분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FTA) 협정을 체결한 지 거의 20년이 됐다. 만약 양국이 협상 개정에 관심이 있다면 대규모 재협상이 아니라 디지털 통상이나 원산지 규정, 환경 등 특정 필요한 분야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적으로, 그리고 조용히 협력하기를 바란다. 그런 업데이트는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 때 도입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보조금이 사라질까 걱정하고 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 불투명하다. 그렇지만 난 IRA와 반도체법이 지속될 것으로 믿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지만, (두 법은) 민주당과 공화당 지역 둘 다에 보조금과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난 의회의 여러 공화당 의원도 이런 보조금 프로그램 덕분에 자기 지역에 유입되는 투자를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이런 자금(보조금 또는 지원금) 일부를 자기가 선호하는 분야로 돌리거나 특정 사업 자금을 줄이거나 없앨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발표하고 진행 중인 사업은 건드리지 않고 진행되기를 바란다.
--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한국이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데.
▲ 한국 정부가 내부 정치 문제에 너무나도 몰두해야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력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집중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시기가 좋지 않지만 난 한국이 내부 정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효과적으로 그리고 건설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핵심기술 및 공급망 협력이 지속될까.
▲ 물론이다. 미국이 전략적 분야에서 중국과 관계를 끊으려고 하면서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확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다.
미국이 반도체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데 있어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나.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있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중국에 6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면 중국산 제품 다수에 대한 관세가 90%에 육박할 텐데 그건 매우 높은 관세다. 최근 몇 주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무역 제한 조치에 매우 가시적으로 대응했는데 난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신호를 보내는 차원에서 이렇게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보복 관세뿐만 아니라 핵심광물 수출 금지나 제한, 미국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 개시 등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미중 무역 갈등이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사업하는 모든 기업이 미중 무역 갈등에서 비롯되는 부수적 피해를 볼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도 중국산으로 분류돼 관세 대상이 된다. 중국이 과잉 생산된 제품을 처분하려고 하는 시기에 미국이 고율 관세로 미국 시장을 차단하면 과잉 생산된 중국산 제품 상당량이 다른 나라로 수출될 수 있다.
--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를 겨냥한 수출통제를 시행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유지될까.
▲ 그렇다. 기술 분야 제한 조치와 수출통제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지속성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 팀은 이런 수출통제를 확대하거나 심화할 수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규제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포함할 수도 있다.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정책을 유지하고 어쩌면 더 강화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간 조선업 협력 전망은.
▲ 양국이 협력하기에 매우 좋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미국 의회는 중국이 매우 공격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시기에 미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 부재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주요 협력 분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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