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는 동요 '둥글게 둥글게'와 함께 진행되는 짝짓기 게임이 등장한다.
호명된 숫자에 맞춰 짝을 이뤄 방으로 들어간 플레이어는 통과된다. 자신의 짝을 미처 찾지 못하면 탈락이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만든 황동혁 감독은 최근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 게임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되게 잔인"하다며, "껴안을 때는 유대감을 주지만, 누군가를 떼어내 강한 아이들끼리 그룹을 지으면 박탈감과 패배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2기 행정부 출범 전부터 국제 사회를 상대로 짝짓기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원래 룰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트럼프는 플레이어이면서 동시에 제시어를 외치는 심판 역할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짝지어야 할 숫자 대신 '정복' 대상으로 삼고 싶어 하는 듯한 나라 이름 또는 구체적인 장소명을 거론하면서 국제사회의 반응을 응시하고 있다.
선전 포고 같은 트럼프의 제시어는 대륙을 넘나든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웃 나라 캐나다에 대해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라고 조롱하며 총리를 흔들더니 느닷없이 멕시코만을 '미국만'(아메리카만)이라고 개칭하자며 가뜩이나 관세 압박 위협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멕시코를 자극했다.
세계 물류 흐름의 핵심 요충지인 파나마 운하와 희토류 매장 추정지인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선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으며 탐내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 제국주의 시대 팽창주의적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으론 결국엔 중국 견제를 위한 '헤쳤다 모여' 압박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잇달아 전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말에 신경을 쓰되 일일이 푹 빠질 필요는 없다"(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는 취지의 '선별 경청' 전략을 제안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는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뿐만 아니라 그 주변국으로까지 충격파를 보내고 있다.
친(親)미국 성향인 파나마 정부는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자 문제와 파나마 운하 통제권 등을 폭넓게 다루기 위한 중남미 국가 협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전통적 우방국으로 꼽히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그린란드 장악 야욕과 관련한 트럼프 발언에 대해 비판하며 덴마크를 짝 삼아 지원 사격했다.
러시안룰렛 같은 트럼프의 지구본이 언젠가는 '동맹국' 한국에 멈출 수도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대폭 증액 요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한국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편에선 '미국에 편입되면 그곳 주민은 좋은 것 아닌가?'라는 식의 온라인 반응이 눈에 띈다.
'한국을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기' 같은 황당한 심산도 목격된다.
예전 같으면 가볍게 무시했을 법한 이런 상상은, 곳곳에서 목도할 수 있는 초현실적 상황과 겹치며 '글쓴이가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닐까' 곱씹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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