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전회동·우호적 메시지로 분위기 띄우기…트럼프에 '구애'
"푸틴과 회담 조율중" 협상채비…'스트롱맨 케미' 변수되나
가자전쟁, 바이든 "실질적 진전"…"큰 대가" 강력경고 트럼프 역할 주목
(로마·이스탄불=연합뉴스) 신창용 김동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서 2년 11개월, 중동에서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 운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손에 맡겨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전의 조기 종전을 거듭 공언해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 전쟁에 대해서도 종전 필요성을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공식 취임 이후 두개의 전쟁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그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사전 회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우호적인 메시지 발신 등을 통해 협상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가자 전쟁의 경우에도 임기내 가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휴전협상에 "실질적 진전을 만들고 있다"고 밝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의 '케미'를 주시하는 시각도 있다. 종전협상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와 역으로 유럽 등 미 동맹국과 각을 세우며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대로 2개의 전쟁을 조기종전으로 이끌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전쟁 모두 양 당사자 간 휴전 조건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당초 취임 후 '24시간내 종전'을 공언해오던 트럼프 당선인도 최근에는 '6개월'로 타임테이블을 늦췄다.
◇ 트럼프, 협상 분위기 띄우기…본격 중재 나설듯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서 양측의 전투가 한층 격화됐다.
향후 본격적인 휴전협상을 염두에 두고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땅따먹기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구체적인 종전 방안을 직접 공개한 적은 없다. 다만 그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보류하고 현 전선을 동결시키는 형태의 휴전 방안이 거론돼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종전 후 유럽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며 휴전 상황을 감시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내용이 미국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문제인 만큼 우크라이나 보호는 '유럽의 몫'이라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급해진 모습이다.
종전 협상에서 더 유리한 국경선을 긋기 위해서다. 러시아군은 쿠르스크를 완전히 탈환한다는 목표로 북한군 포함한 5만명의 병력으로 총공세를 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쿠르스크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서 쿠르스크를 러시아에 빼앗긴 자국 영토 일부를 돌려받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20% 정도를 점령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우크라이나, 러시아 양쪽의 중재를 위한 채비에 나섰다.
지난달 7일엔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선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히는 한편, 9일에는 회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대화 의지를 보이며 화답했지만 종전 협상을 둘러싼 세부 조건에서 입장차가 여전해 결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고 러시아와 휴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재침략 위험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혹은 이와 동등한 형식의 안보 보장이 종전안에 수반돼야 한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휴전 조건으로 내건 나토 가입에 대해 러시아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지뿐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 국민은 진짜 그에게 믿고 기댄다" 등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구애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휴전협상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일단 긍정적 화답을 하고 있다.
크렘린궁은 지난 1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화 의지를 환영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점령지를 완전히 되찾을 때까지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취임 24시간 이내 종전 공약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반년 안에 전쟁을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 아니, 6개월 훨씬 전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된 키스 켈로그는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는 종전 시점을 취임 이후 100일로 제시하기도 했다.
원칙보다는 거래적 관점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이 협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전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자국에 매장된 천연가스·리튬 등을 대가로 제시하며 설득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비관론도 없지 않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두 개의 전쟁' 종식 공언이 "전부 허세에 불과하다"며 "트럼프의 의사 결정이 즉흥적이고 개인적 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점을 고려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 가자전쟁서도 게임체인저?…트럼프 "큰 대가 치를것" 압박
트럼프 당선인은 가자 전쟁에서도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가자전쟁 당사자인 하마스를 향해 취임일인 1월20일까지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큰 대가가 있을 것"이라며 강력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한 경고 속에, 앞서 지난해 11월 27일에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60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양측의 협상은 한동안 머물렀던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 최근 일부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때 그와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휴전을 선물로 안겨줄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도 남은 임기 약 열흘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협상과 관련해 "실질적 진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지난해 이스마일 하니예, 야히야 신와르 등을 잇따라 잃으며 사실상 지도부 궤멸 상태에 빠진 하마스가 작년 12월 쟁점이었던 이스라엘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며 전향적 태도를 취하며 협상 분위기가 반전된 상황이다.
특히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선 '필라델피 회랑',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나누는 '넷자림 회랑' 등 앞서 이스라엘군 주둔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지역에까지 휴전시 이스라엘군 배치에 동의할 수 있다고 물러났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질 석방 문제에 이르러 논의는 다시금 교착에 빠졌다. 이스라엘은 생존 인질 34명을 휴전 첫 단계에 풀어줘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하마스는 인질 상태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려면 교전 중단 후 최소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석방 가능자 명단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휴전이 이뤄져도 중동 정세의 안정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의 '힘을 통한 평화' 원칙이 중동의 반서방 '저항의 축' 세력 핵심인 이란과 갈등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경제제재를 복원하는 등 이란에 대해 '최대 압박' 전략을 펼쳤고, 이 같은 전략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최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 측이 이란 핵 개발을 저지하고자 핵시설을 겨눠 예방적 공습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숙적' 이스라엘도 이런 기회를 틈타 과감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이스라엘군 매체 '갈라츠'는 이란이 후원하던 인접국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 공세로 무너지면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할 기회가 생겼다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에 의존하던 아사드 정권이 내전 약 13년 만에 몰락한 것도 중동 해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떠올랐다.
일단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가 온건 정책을 표방하는 시리아 반군 과도정부와 접촉하며 제재 완화 신호를 보낸 가운데, 중동 전역을 아우르는 정책 방향을 어떻게 수립할지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숙제로 남겨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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