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V 생산 가동률 50% 하회…내부 출혈경쟁 속 해외 공략
선진국 테스트베드 역할 분석…EV 틈새시장 판단 가능성
대미 우회 수출 포석 해석도…"한미 FTA로 무역 환경 좋아"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올해 BYD(비야디)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이 두드러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내 잉여 생산분을 싼값에 해외로 밀어내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국을 선진국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삼은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중국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대미 수출 우회 경로로 한국을 점찍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나흘 뒤 국내 출범 행사를 여는 BYD를 시작으로 지커, 샤오미,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과잉생산 해결하려는 밀어내기"
중국 전기차 업체가 한국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로 중국 내수 시장의 과잉생산 문제가 먼저 꼽힌다.
최근 석유화학, 철강 업계를 중심으로 대두됐던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국내 자동차 시장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시장 침투율은 2019년 4.7%에서 2023년 31.6%로 증가해왔지만, 생산능력(캐파) 확대가 더 큰 폭으로 이뤄지면서 실제 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동률은 해당 산업의 생산능력과 실제 생산량을 바탕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우후죽순으로 생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내부 출혈 경쟁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2023년 말 기준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52개, 전기차 모델은 187개였고 지난달 중국 내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전달 대비 9.6% 하락한 22만5천위안(약 4천455만원)이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은 전기차의 글로벌 수요까지 고려해 생산능력을 지속해서 늘려왔고 현재 과잉생산능력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와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격·물량 공세를 통한 밀어내기 현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이 잇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무역 장벽을 세우면서 한국이 중국 업체의 수출 선택지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유럽연합(EU)은 작년 10월 말부터 중국산 수입 전기차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최고 45.3%로 인상했고 미국은 25%에서 100%로 대폭 올리기로 결정했다.
반면 수출 주도형 산업국인 한국은 대중 의존도를 고려하면 중국산 전기차 유입 억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 선진국 진출 교두보…대미 우회 수출 해석도
한국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선진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고 소비자 취향이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서 합격점을 받아냄으로써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한층 높인다는 시나리오다.
한국 시장이 선진국형 소비 동향을 파악하고 잠재 소비자를 발굴하기 위한 '안테나숍'을 맡는 셈이다.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23년 한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171만8천대로 전체 11위를 차지했다. 중국·북미·유럽을 제외하면 세계 4위 시장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박사는 "한국을 선진국 시장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 내지는 시험 잣대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자동차 수요가 다양하고 고급화돼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미국이나 유럽을 공략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느린 점도 중국 업체들로선 가격 경쟁력을 통해 파고들 만한 '틈새시장'으로 보일 수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총 163만8천506대로 그중 전기차는 14만6천883대(9%)에 그쳤다. 2023년 기준 세계 평균은 18%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을 대미 우회 수출 경로로 삼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그와 동시에 중국의 우회 수출 경로로 지목된 멕시코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있는 등 대미 무역 환경이 잘 돼 있다. 중국 기업이 우회 진출의 통로로 노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BYD는 한국GM이 철수한 군산공장에서, 지커를 보유한 지리그룹은 르노코리아 지분을 통해 부산공장에서 차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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