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선봉' 중국차 파급력은…"진입장벽 높아" vs "가성비 메기"

연합뉴스 2025-01-12 08:00:09

한국, 앞서 '부진 경험' 日 시장과 판박이…전기차 캐즘도 지속

압도적 가격 경쟁력에 판도 바꾸나…"준비 없으면 시장 뺏길수도"

작년 4월 베이징모터쇼의 BYD 부스 로고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브랜드인 BYD(비야디)를 필두로 속속 국내 상륙을 준비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가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국내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 '메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혼재해 있다.

자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높고,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이어지고 있어 시장 안착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과 월등히 높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BYD '실'

◇ 일본처럼 부진 겪을 가능성…中전기차 9%만 "살 생각 있다"

BYD가 앞서 한국과 시장 환경이 비슷한 일본에 진출했다가 부진을 면치 못한 점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둘 다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높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환경이다.

BYD는 지난 2022년 7월 일본 승용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2023년 1월 인도를 개시했다.

올해까지 일본에서 연간 3만대를 판매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으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日經) 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3천669대에 그쳤다. 자체 판매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TV 광고로 인지도 제고에 나서는 한편 '가성비'를 앞세워 자체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이 2023년 기준 93.8%에 달하는 일본 승용차 시장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승용차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의 판매 비중은 약 83.8%로, 일본보다는 낮지만 다른 주요 글로벌 시장보다 높다.

KAMA는 "일본 자동차 내수시장은 해외 브랜드의 진입이 어렵다"며 "중국산 전기차를 선호하지 않는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은 국내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관측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브랜드 전기차 구입의향 조사

실제로 지난해 9월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자동차 구입 예정자 525명을 대상으로 한 '중국 전기차 구입 의향' 조사에서 구입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9%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 5명 중 2명은 '가격이 아무리 싸도' 중국 전기차는 구매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거부감이 강했다.

게다가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좀처럼 늘고 있지 않은 점도 전기차만 판매하는 BYD에 불리한 요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전기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는 2023년 11만5천822대에서 지난해 12만2천775대로 올랐으나, 2022년(12만3천908대) 수준을 넘지 못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이 올라가야 BYD 등 중국 전기차들이 차를 더 팔 수 있는 상황인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품질 우려도 있기에 크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중국 옌타이에서 수출을 대기하는 BYD 차량들

◇ 국산차 반값이면 61%가 "산다"…500만∼1천만원 더 저렴할 듯

반면 중국 브랜드들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판도를 바꿀 수 있다며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중국 전기차 구입 의향' 조사에서 중국 브랜드 전기차를 구매할 뜻은 가격이 더 싸다고 가정할수록 커졌다.

성능과 사양이 똑같은 중국 전기차가 국산 전기차 가격의 90∼100% 수준일 경우 구입 의향은 8%에 불과했으나 70∼80%라면 29%로 뛰어올랐다. 50∼60%라면 절반 이상인 61%가 구입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전기차 실수요층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 좌담회에서 "중국 전기차의 해외 진출은 국내 시장에도 충분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가격 경쟁력을 겸비해 국내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중국산 테슬라 (모델Y) 수입 때와 비슷한 수준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2023년 9월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을 2천만원가량 낮춘 중국산 모델Y 판매를 시작해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모델Y는 작년 1만8천717대가 등록돼 수입차 브랜드를 통틀어 최고 인기 모델에 올랐다.

테슬라 모델Y

이를 고려하듯 BYD는 국내에 우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와 중형 세단 '실'을 들고 오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들 모델은 8%의 관세와 판매 인센티브,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국산 브랜드의 동급 모델보다 500만∼1천만원가량 저렴하게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BYD의 가성비는 규모의 경제와 배터리 자체 생산 등 부품 내재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에 기반해 다른 브랜드들이 쉽게 따라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YD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 품질이 입증돼 있기에 가격을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가장 관건"이라며 "출혈 경쟁을 불사할 정도로 가격을 낮게 책정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BYD를 시작으로 지커 등 다른 중국 브랜드들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국내 시장을 일부 뺏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24조3천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국내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중국 브랜드의 한국 진출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박사는 "중국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들어오는 상황에 대응하는 투자로 보인다"며 "전기차 시장이 2, 3년 뒤면 다시 살아날 텐데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그때 되살아난 수요를 중국 업체들이 가져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