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산업 투자, 트럼프 정부와 관련 없어…중국 시장 포기 안 해"
삼성 한종희 "글로벌 공급망에 AI 기술 접목"…LG 조주완 "'플레이북' 준비"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만난 국내 대표 기업의 수장들은 '관세 폭탄'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의 사업 목표대로 투자 기조 등을 유지하는 동시에, 향후 통상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별로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SK 전시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대미 투자 기조나 사업 변경 계획을 묻자 "AI 쪽에 투자한다고 보면 그건 AI 산업에 관련된 것이지 트럼프 정부와 별 관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아직 트럼프 정부가 들어오지 않아서 무엇을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고 취임 이후에 정책 얘기가 나오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현재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중심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 공략에 나선 상태다.
미중 갈등 심화에도 '세계 시장의 일부'인 중국 시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중국 시장은 생산 관점에서 보냐, 시장 관점에서 보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누가 (중국이) 생산 거점으로 역할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철수할 수는 있어도 시장 관점에서 아직 크기 때문에 그 자체를 전부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이념 상황에 따라 포기다, 올인이다, 이렇게 결정지을 얘기는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고 투자한 걸 회수하거나 다른 데에 전략적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중국 시장 전체에서 '철수한다, (혹은) 안한다'라고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 세계를 상대로 보편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강화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이 주요 수출 시장인 가전 업체의 가격 경쟁력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양대 가전업체의 수장들은 생산지 조정 등의 대응 전략을 세워 놓고 있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7일 "알다시피 공장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할 것"이라며 "관세가 올라간 만큼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하는 것은 각 사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이라며 "부품 공급부터 제조에서 소비자에게 가는 루트가 잘 돼 있기 때문에 거기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혁신시켜서 빠르게 하면 큰 무리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고환율 등 이슈별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최적의 대응책을 찾는 '플레이북'(Playbook)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트럼프가 부임하고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생산지 조정, 생산지 간 스윙 생산이라고 해서 같은 모델을 여기저기서 생산하는 체제 등을 통해 옛날 동화에 나오듯 여우에게 쫓길 때마다 열어보는 복주머니처럼 우리의 플레이북을 가지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법을 다 준비해 놨다"고 말했다.
이삼수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전체적으로 기회보다는 위협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통상 관련해서 가격이나 세금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생산지 전략, 스윙 생산 등 생산 방식 전략도 있고 재고 전략을 들여다보다 선행 생산해야 하는 부분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CSO는 이어 "전장 사업은 2∼3년 딜레이될 것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등 리뷰하고 있다"며 "사업, 제품, 지역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서 최소한으로 위협에 대응하고 위협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제작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을 당시에도 양사는 이를 계기로 세탁기 현지 생산 공장 준공 일정을 앞당기며 오히려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 바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역시 "트럼프 정부든 어느 정부든 우리가 잘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LS그룹 지주사인 ㈜LS의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는 최근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에 성공했다. 총 투자금액은 2억달러(약 2천900억원)다.
LS전선은 1조원을 투자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착공식은 4월이다.
구 회장은 "LS일렉트릭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많이 떴고, LS전선도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며 "그룹 전체적으로 미국 시장이 우리에게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