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실권자 "이해관계 공유"…국경 문제 등 논의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과도정부 실권자 아메드 알샤라(반군 시절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와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카티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해상·육상 국경 획정과 시리아 자금의 레바논 은행 예치 등을 논의하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샤라는 "우리와 레바논은 커다란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며 "탄탄한 토대 위에 장기적, 전략적 관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카티 총리는 시리아 내전 이후 레바논으로 피란한 약 200만 시리아 난민의 귀환이 두 나라의 이익을 위해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레바논은 자국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리아 피란민이 너무 많이 몰려든다고 불만을 드러내 왔다.
AP통신은 영토분쟁과 관련해 레바논·시리아·이스라엘이 국경을 맞댄 농장지대가 복잡한 문제라고 전했다. 셰바팜스로 불리는 이 지역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골란고원과 함께 시리아로부터 빼앗아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레바논과 헤즈볼라는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과 자주 무력 충돌을 빚었다.
시리아도 과거 이 지역이 레바논 영토라는 데 동의했다. 반면 유엔은 이곳이 시리아의 일부이며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샤라는 "국경 구분 문제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 시리아 현실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있고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레바논 총리의 시리아 방문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처음이다.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시절 레바논 내전을 명분으로 2005년까지 29년간 레바논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이후에도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비롯한 친시리아 세력이 레바논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알샤라가 이끄는 시리아 반군이 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데 이어 레바논에서도 지난 9일 친서방 성향으로 평가받는 제조프 아운 참모총장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양국 모두 시아파 이슬람 세력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는 분위기다.
레바논은 헤즈볼라와 가까웠던 미셸 아운 전 대통령이 2022년 10월 퇴임한 뒤 12차례 표결에도 당선자를 내지 못해 대통령 자리가 2년 넘게 공석이었다.
아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정부군이 무기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겠다며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시리아와 진지하고 공평한 대화를 할 역사적 기회가 생겼다고도 말했다.
분석가들은 아운 대통령 당선에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아운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통화에서 첫 공식 해외 방문으로 사우디에 가겠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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