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4명 중경상 화재' 인천 호텔 1년 넘게 방치…흉물 전락

연합뉴스 2025-01-11 11:00:29

끊어진 녹슨 골조 '위태'…최근에야 안전진단·철거 논의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인천 호텔 화재 현장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1년여 전 발생한 화재로 투숙객 등 54명이 다친 인천 호텔 건물이 흉물로 방치되고 있어 주변 상인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1일 인천시 남동구에 따르면 2023년 12월 17일 불이 난 지상 18층짜리 논현동 호텔 건물은 1년이 넘게 지난 이날까지도 철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지난 7일 찾아간 호텔의 기계식 주차장 건물은 녹이 슨 내부 골조까지 중간중간 끊어진 채 외부로 노출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호텔 건물 외벽은 검게 그을린 1년 전 모습 그대로였고 불에 탄 차량도 건물 밑 필로티 공간에 뼈대만 남긴 채 버려져 있었다.

호텔 소유주들은 '쓰레기 투기 금지' 안내문을 붙인 흰색 펜스를 건물 주변에 설치했으나 화재 잔해물과 담배꽁초 등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면서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호텔 주변 식당과 주점 업주들은 화재 현장이 1년 넘게 방치되면서 안전사고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상권 침체 피해까지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식당 업주는 "요즘 경기가 안 좋은데 바로 옆에 흉물처럼 화재 현장이 방치되니 더욱 힘들다"며 "인근에 지하철역과 아파트단지가 있어 오가는 사람이 꽤 많은데 강한 바람이라도 불면 구조물이 떨어져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상인들이 구청에 계속 민원을 제기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언제쯤 안전조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라도 알려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화재 현장에서 방치되고 있는 차량

그러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남동구는 사유지에서 발생한 화재라는 이유로 지난 1년여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호텔 소유주들은 최근에서야 정밀안전진단과 철거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구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별로 분양된 호텔 건물의 소유주는 150여명에 달해 철거 관련 협의를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구는 설명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그동안 호텔 소유주들에게 안전진단과 철거를 계속해 촉구했으나 늦어졌다"며 "소유주가 많다 보니 협의가 쉽지 않았고 보험금 수령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유주들이 조만간 건축물 해체 심의를 위해 구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체 선정과 심의를 거쳐 철거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 호텔 건물에서는 2023년 12월 17일 오후 9시께 불이 났고, 소방 당국이 경보령을 발령한 끝에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투숙객 등 5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 중 중상자는 2명, 경상자는 13명이었다. 다른 부상자 39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받고 귀가했다.

화재 피해 호텔 옥상서 대피하는 투숙객들

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