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성장 견인차 기업·단체 조명…4월 20일까지 시박물관서
(부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경기도 부천시는 1970년대에는 온통 복숭아밭으로 뒤덮인 곳이었지만 반세기 만에 문화 기반의 첨단 자족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농업 중심 산업에서 경공업과 중공업을 거쳐 첨단 디지털 산업으로 이어지는 부천 산업의 역사에는 각자의 꿈을 잃지 않고 청춘과 열정을 바친 치열한 삶들의 이야기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부천시박물관은 이런 발자취를 따라 '부천의 산업을 일군 사람들, 꿈으로 시대를 열다' 특별전을 오는 4월 20일까지 연다고 11일 밝혔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특별전에서는 유한양행, 삼성반도체, 한미재단 4H 훈련농장, 삼양중기 등 부천에 있었던 주요 기업 4곳과 관련된 자료들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월요일에는 휴관한다.
◇ 유한양행, 제약산업 발전의 선구적 역할
독립운동가이자 기업가인 유일한 박사는 1926년 서울 종로에 한국인이 경영하는 최초의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을 창립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1936년 부천군 소사면 심곡리에 제약실험연구소와 공장을 설립했고 1942년에는 본사까지 이전했다.
유일한 박사는 부천 소사에서 1964년 고려공과기술학교(현 유한공고), 1977년 유한공업전문학교(현 유한대) 개교를 통해 기술 인재를 양성하며 '기업의 성공은 지역사회와 교육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했다.
유한양행은 1962년 본사를 서울 대방동으로, 1969년에는 소사공장을 안양으로 이전했지만, 부천의 산업화와 지역 발전에 기여한 유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
◇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상지…삼성반도체 '고향'
삼성은 1974년 부천에 있는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후 반도체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83년 삼성반도체 부천공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64K D램 개발에 성공했고, 1994년에는 D램 산업의 패권국이던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256M D램 개발에 성공하며 한국 반도체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은 당시 기흥공장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집중했고 비메모리 분야인 부천공장을 1998년 외국계 기업에 매각했다.
삼성반도체는 떠났지만, 부천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반도체 기업들이 자리를 지키며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 전문 농업인 육성…한미재단 4H 훈련농장
한국전쟁 당시 구호활동을 목적으로 출범한 한미재단(American-Korea Foundation)은 전문 농업인 양성을 위해 1963년 11월 부천군 소사리에 4H 훈련농장을 설립하고 이듬해 2월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4H는 지(智·Head), 덕(德·Heart), 노(勞·Hand), 체(體·Health)의 영어단어 이니셜로 만든 용어로, 한미재단은 전국 시도 농촌진흥청에서 선발된 교육생을 대상으로 전문 농업인 교육을 시행했다.
한미재단 소사 훈련농장은 중화학공업으로 국가 산업정책이 전환되던 1979년 문을 닫았고, 한미재단도 한국이 더 이상 원조 국가가 아니라는 판단 아래 1990년 한국에서 철수했다.
농장이 있던 봉매산 기슭에는 곡물 저장고인 사일로(silo) 시설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 시설은 2021년 경기도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 삼양중기, 부천 중공업 산업 견인차
삼양중기는 해방 이후 부천에서 중공업을 선도한 대표적인 기계제조기업이다.
삼양사는 1977년 부천 이천물산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공장 설비들을 현대화하고 일본 외에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했다.
1979년에는 공장 이름을 삼양중기로 교체하고 제지 기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며 1990년대 초반에는 5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매출에 타격을 입었고 2014년 삼양사의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로 합병하며 삼양중기는 시민들의 추억 속에 남게 됐다.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