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교양·오락 편성비율 강제…해외 사례 전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의 독립과 표현의 자유 원칙에 충돌하는 편성 규제를 이제는 적극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방송문화'에 기고된 '디지털 미디어시대 편성정책의 개선 방향'(홍원식 동덕여대 ARETE교양대학 교수)에 따르면 국가주의적 방송 철학에 따라 마련된 국내 방송 편성 정책은 노골적으로 방송 편성 자율권을 훼손하는 방식이다.
홍 교수는 "보도·교양·오락의 3 분류에 의한 편성 비율을 직접 정하고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사례는 이제는 해외 주요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편성 규제는 크게 ▲ 방송 프로그램의 분야별 균형 편성 ▲ 전문 편성 방송 사업자의 주된 방송 분야 프로그램 의무 편성 ▲ 다른 한 방송 사업자의 제작 프로그램 편성 제한 ▲ 국내 제작 방송 프로그램의 의무 편성 ▲ 분야별 1개 국가 제작물 편성 비율 상한 규제 ▲ 순수 외주 제작 방송 프로그램 의무 편성으로 요약된다.
이 6개 편성규제 항목은 2000년 통합방송법 이후 거의 변화되지 않고 있다. 방송사들의 위반 사례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특히 순수 외주 제작 의무 편성 비율 항목의 경우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 속에서 스튜디오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대응하고자 하는 방송 사업자에게 경영 유연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플랫폼의 확장은 국내 플랫폼에 대한 심각한 시장 잠식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제작비 급증에 따른 국내 사업자들의 제작 포기까지 부르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시간의 통제라는 관점에서의 편성이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고도 박 교수는 비판했다.
박 교수는 "유럽연합(EU) 등과 같은 미디어 규제 틀의 극적인 전환까지는 쉽지 않겠지만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효용이 없는 현재 편성규제를 과감히 개선하는 건 향후 디지털 플랫폼을 포괄하는 방송영상산업의 수평적 규제 틀 도입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준비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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