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재무장관 중국행, 관계개선 모색…"트럼프 화돋울 위험"(종합)

연합뉴스 2025-01-11 02:00:07

노동당 정부 재정압박 속 성장촉진 시급…野 "시장 불안한데 자리비워"

작년 11월 만난 스타머와 시진핑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금융시장에서 영국 재정에 대한 불안이 커진 가운데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무역·경제 관계 강화를 위해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리브스 장관은 이날부터 사흘간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서 중국의 경제 실세로 꼽히는 허리펑 부총리를 만나고 상하이에서는 현지 주재 영국 기업들과 만난다.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앤드루 베일리 총재, 니킬 라티 금융감독청(FCA) 청장, HSBC·스탠다드차타드 임원이 동행한다.

영국 재무장관의 방중은 출범 초기 지지율 급락으로 경제 성장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은 노동당 정부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양국 관계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과 영국 공공기관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의혹을 둘러싼 갈등으로 냉각됐다.

지난해 10월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고 11월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에서 스타머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열리지 않은 중국과의 연례 경제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BBC 방송은 전했다.

양국 경제 관련 최고위급 회담은 2019년 당시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이 런던에서 후춘화 부총리와 만났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래미 외무장관이 리브스 장관에게 연간 2차례 중국과 경제 회담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래미 장관은 전날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무역, 기후변화, 세계 보건, 인공지능(AI) 규제 등 가능한 영역에서 협력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중국 기업 제제와 같이 분명한 위협에 대해서는 맞선다"며 '실용주의 접근'을 강조했다.

노동당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중국과 조심스럽게 관계 개선을 타진하고 있으나 경제적 실익은 없이 곧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와 관계만 껄끄러워지는 역효과가 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트럼프의 분노라는 위험을 감수한 도박"이라며 "영국이 최대 단일 무역 파트너(미국)의 분노를 피하려 노력하는 가운데 중국을 싫어하는 트럼프의 백악관 귀환이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현금이 부족한 영국으로선 미·중 사이에서 자리를 잘 잡으면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둘 사이에 끼어 짓눌리기도 쉽다고 지적한다.

영국이 바라는 만큼 투자 유치를 끌어내기엔 중국 환경이 녹록지 않고, 중국이 오히려 경제 성장에 절박한 영국의 입장을 이용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맞서면서 미·영 관계를 틀어질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업계 로비스트는 "중국이 성장하는, 중요한 파트너지만 미국이 훨씬 중요한데 이제 중국에 엄청나게 적대적인 사람이 백악관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

그러나 제1야당 보수당은 금융시장에서 영국 재정에 대한 불안이 확산했는데 재무장관이 자리를 비운다며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2기 관세에 따른 글로벌 물가 우려와 영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정부 차입 비용이 급증해 스타머 정부의 재정 계획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리브스 장관은 중국에서 귀국 후 몇 주 안에 경제성장 전망과 정부 재정에 대한 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연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