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의 상징' 미인대회 기준이 바뀌었다?

연합뉴스 2025-01-11 00:00:33

주요 대회서 나이 상한 철폐…기혼 여성에게도 개방

트랜스젠더 여성도 우승…네덜란드는 대회 폐지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최근 프랑스의 한 미인대회에서 30대 여성이 우승을 차지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미인의 자격 요건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미스 프랑스' 선발대회가 참가자의 나이 상한을 폐지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12월, 34세의 최고령 우승자가 나온 것을 두고서 '아름다움'을 '젊음'과 동일선상에 두는 이들은 미인 대회의 나이 제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이제 미의 기준이 더욱 포용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며 이를 옹호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미의 기준도 바뀌기 마련이므로 미인대회도 그 추세를 따라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요 미인대회의 참가 자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 미인대회 나이 상한 폐지에 트렌스젠더까지

'미스 프랑스' 선발대회는 2022년 이전까지만 해도 나이 상한을 24세로 뒀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인 대회이므로 연령 요건이 18∼24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12월 '미스 프랑스 2023'부터 연령 요건이 폐지되면서 성인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그 대회부터 참가자의 결혼 여부나 자녀 유무 등도 따지지 않았다. 미스 프랑스의 이 같은 변화는 결과적으로 '미인=젊은 미혼 여성'이라는 등식을 깨뜨린 셈이 됐다.

'미스 프랑스 2025' 우승자

이런 흐름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다.

국제 미인 선발 대회인 '미스 유니버스'는 2023년 대회부터 기혼·이혼 여성, 자녀가 있는 여성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데 이어 지난해엔 '28세 이하'라는 나이 상한마저 폐지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5월 '미스 유니버스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당시 60세였던 알레한드라 로드리게스가 '최고의 얼굴'(best face)로 선정돼 화제가 됐다.

그해 '미스 유니버스 USA' 대회에선 71세인 마리사 테이요가 미국 역대 최고령 참가자로 이름을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당시 81세인 최순화 씨가 '미스 유니버스 한국'에 최고령 참가자로 도전해 '베스트 드레서'상을 받았다.

미스 유니버스는 이보다 앞서 2013년 대회부터 트랜스젠더 여성의 참가를 허용했다. 이는 2012년 캐나다에서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선천적 여성'(naturally-born female)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가를 제한받으면서 일어난 비판 여론이 계기가 됐다.

이후 2018년에 트랜스젠더 여성인 안젤라 폰세가 '미스 유니버스 스페인' 대회에서 우승해 트랜스젠더 여성 최초로 미스 유니버스 세계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시니어 모델 최순화 씨

◇ 미인 대회 폐지한 국가도…수영복 심사 없애기도

미국의 양대 미인 대회 중 하나인 '미스 아메리카'는 일찌감치 변화를 모색했다.

'미스 아메리카' 대회는 2018년에 수영복과 이브닝드레스 심사를 폐지하면서 참가자들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수영복 심사가 미인 대회의 상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스 아메리카' 대회는 1921년 첫 대회부터 수영복 심사를 진행해왔다.

단, 수영복 심사가 단지 '성 상품화'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미스 아메리카' 대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과거 여성이 공공장소에서의 수영복 착용이 허용되지 않았던 시절 수영복 심사는 일종의 반항 행위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스 아메리카' 대회의 이런 변화는 2023년 피트니스복 심사의 도입으로 다소 퇴색하기도 했다.

'미스 네덜란드' 대회는 지난해 12월 대회 자체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미스 네덜란드 조직위원회는 당시 성명에서 "세계가 변하고 있고 우리도 그에 따라 변하고 있다"며 대회 폐지를 선언하면서 '더 이상 이런 식은 없다'(No Longer of This Time)라는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한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이 플랫폼이 정신건강, 소셜 미디어, 다양성, 자기표현 등을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더 이상 왕관은 없지만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있고, 드레스는 없지만 살아 움직이는 꿈이 있다"고 강조했다.

외신은 2023년 '미스 네덜란드' 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우승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어난 점이 조직위가 대회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미인 대회 우승자 리키 콜러

우리나라는 비록 느리지만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미스 코리아' 대회는 2021년부터 참가 연령 요건을 만 18∼26세에서 만 18∼28세로 올렸다. 단, 결혼 및 출산의 경험이 없어야 한다는 제한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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