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 선고…"유족과 합의했어도 선처 못 해"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재해 발생 위험을 24차례나 지적받고도 방치해 근로자가 사망한 업체의 대표이사에게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조업체 대표이사 A씨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사 안전보건책임자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회사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A씨가 운영하는 울산 한 플라스틱 성형 용기 제조공장에선 2022년 5월 블로우 성형기(Auto Blow Molding Machine)에서 작업하던 30대 근로자 C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C씨는 성형기가 작동 중인 상황에서 성형기 내부에 있는 플라스틱 찌꺼기(스크랩)를 제거하다가 설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입사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던 C씨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회사 측은 2021년 1월부터 안전 점검 대행기관으로부터 24차례에 걸쳐 "블로우 성형기가 운전 중인 상태에서 방호 문을 열고 작업해 끼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반복적으로 지적받았는데도 안전 조치 없이 C씨에게 작업을 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이사 A씨는 해당 사망사고 발생 전부터 현장 위험성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고,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관리 체계를 개선하지 않았으며, 안전과 관련한 의견을 직원으로부터 듣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보건책임자 B씨는 근로자들이 성형기 작동 중에 내부 수리·청소 작업을 하다가 다치는 사례가 다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방치해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무관심과 무능, 무책임함으로 젊은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사고 후 현장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유족과 합의했지만, 집행유예 등으로 선처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대표이사 A씨에게 선고한 형량은 검찰이 구형한 형량(징역 1년)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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