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육 개선안엔 "달라진 것 없어"…"3월 前 변화 못 만들면 문제 더 커져"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권지현 서혜림 기자 = 사직 전공의가 3월 시작하는 수련에 복귀할 수 있게 정부가 '특례'를 적용하기로 하자 의료계 반응이 엇갈렸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1년 가까이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복귀할 '길을 터주는 조치'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를 종용하는 '면피용 대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전공의 수련 특례와 의대 교육 지원 방안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전공의가 사직 후 1년 내 복귀할 수 없도록 하는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 규정을 풀어 전공의가 원래 수련한 병원과 전문과목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수련 특례 조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직 전공의 복귀 시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게 최대한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올해 6천62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입하는 등 작년에 휴학한 의대 1학년생과 올해 신입생이 함께 정상적으로 수업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약속했다.
일부 의사들은 정부의 이러한 특례 조치가 전공의들에게 복귀 명분으로 작용해 의정갈등을 해소할 단초가 되길 기대했다. 다만 전공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단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반응도 동시에 나왔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 이사장은 연합뉴스에 "수련 특례는 국민의료 보호와 의료인력 양성 생태계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의대협회 관계자도 "전공의를 설득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전공의와 학생들이 움직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학 학술단체 모임인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수련 특례를 "복귀하고 싶어 하는 전공의들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제거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할지는 알 수 없다. 전공의들 반응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사직 전공의 사이에서도 수련 특례가 복귀 유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직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지난 1년간 희생했지만, 상황이 나아진 게 없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해주는 게 없기 때문에 이번 특례를 활용해서 돌아가려는 전공의들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는 "1년 이상의 소모전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전공의 복귀를 유도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전공의 7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례를 적용할 테니 돌아오라는 것은 정부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전공의 요구 중 뭐라도 들어주면서 복귀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전공의를 한낱 노동력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전공의가 요구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며 정부 발표에 반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도 "면피용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 복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의대생들은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 대책을 "의미 없다"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생은 "2024년 입학생과 2025년 신입생 동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의미 있는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며 "그럴듯한 말로 덮을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는데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생은 "지난 5개월 동안 말한 것에서 달라진 게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익명의 서울권 의대 교수는 "2024학번들과 기존 학년들은 계속 휴학 투쟁을 하겠다고 하고 있어 당장 3월에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며 "2026학년도 정원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판을 깔고 변화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