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조형균 "고전의 맛 가진 작품…흘려보낼 넘버 없어"

연합뉴스 2025-01-10 18:00:18

"'이곳은 아직 혼란하다'는 대사에 이입…나라 안정돼 예술 지속됐으면"

뮤지컬 '시라노' 속 조형균 배우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17세기 중엽 프랑스. 용맹한 부대 '가스콘'을 이끄는 시라노는 높은 사람들에게도 할 말은 다 할 정도로 당당한 콧대 높은 영웅이다. 그런 그가 작아지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어린 시절부터 같이 지낸 록산의 앞에 설 때다. 시라노의 '콤플렉스'인 기괴한 큰 코가 그녀 앞에서 선 그를 작게 만든다.

창작 뮤지컬 '시라노'는 시라노와 록산 그리고 록산과 사랑에 빠지는 크리스티앙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1897)가 원작으로 2018년 초연했다. 작년 12월부터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시라노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조형균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5년 만에 돌아오는 '시라노'의 매력을 "고전의 맛"으로 표현했다.

그는 "(극 중) 고전적인 말투나 시적인 언어들, '어떻겠소, '하오' 등의 말을 쓴다"며 "잊고 있었던 옛것을 가진 점이 '시라노'의 맛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조형균

조형균은 아울러 "흘려보내는 넘버가 없을 정도로 매 넘버가 좋은 것 같다"며 그중에서도 시라노가 1막 마지막 본인의 심정을 고백하는 '홀로'(Alone)를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곡으로 꼽았다.

그는 "시라노도 나약한 인간이지만 짊어져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그걸 숨기고 광대처럼 사랑을 한다"며 "가면 속에, 웃는 얼굴 속에 아픔을 숨기고 솔직하지 못한 인생을 사는데 '홀로'를 부를 때 그런 것들을 터뜨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 번째 시즌에서는 시라노가 가진 광대의 면이 더 부각됐다고 그는 부연했다.

극 중 시라노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기가 짝사랑하는 록산과 크리스티앙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조형균은 시라노의 이런 면모에 대해 "말이 안 된다. 남자답지 못하다"면서도 이러한 모순적인 감정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라노' 속 배우 조형균

'시라노'는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한 작품으로서도 의미가 깊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20년 열린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배우 인생 가는 길에 있어서 '내가 틀리지 않았다'라는 확신을 주는 좋은 포인트(지점)였다"고 했다.

조형균은 뮤지컬 외에 TV 경연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하고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에서 성우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따로 강습받기보다는 주변 동료들이나 영상을 보고 끊임없이 연습한다면서 본인의 목소리를 '생존 발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 한 사람이 아니어서 레슨을 통해 성악적인 발성을 찾기보다는 제가 가진 소리를 다양하게 접목해 오래 배우 생활을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로, 매일 자는 시간 빼고 연습한다"고 말했다.

배우 조형균

극 중 시라노는 세상의 부조리에도 맞서 싸우는 신념을 갖고 있다. 최근 시국과 맞물려 시라노의 대사가 이전보다 더 깊이 다가온다고 조형균은 말했다.

그는 "(시라노의) 독백 대사 중 '내 오랜 친구여, 이곳은 아직 혼란하다'는 대사가 있는데 (연기하는) 순간순간 많이 이입된다"며 "관객들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라노'가 관객들의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올해는 '시라노' 보시면서 많이 웃고 울고, 그러면서 쌓였던 감정들을 해소해 개운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나라가 안정됐으면 좋겠습니다. 나라가 안정돼야 예술은 지속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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