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상 후퇴? 1년 뒤로 밀린 AI교과서…'무늬만 자율' 지적도

연합뉴스 2025-01-10 18:00:16

'자료 격하' 논란 속 의무 도입 유예…이주호 "올해만 선택권 주기로"

초·중·고교 곳곳에 AI교과서 활용…"모든 희망학교에 재정 지원"

AI교과서 가격 인상·개발사 집단소송 우려도…교육부 "최대한 설득하겠다"

AI디지털교과서 체험

(세종=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교육부가 올해부터 전면 도입하기로 했던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1년간 학교별 자율 선택에 맡기기로 한 것은 제도 연착륙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당장 일부 교사들과 학부모, 정치권 반발이 거센 만큼 속도 조절로 여론 환기에 나서는 한편 AI교과서 채택 학교에는 최대한의 재정 지원 등을 하는 방식으로 동참 학교들을 서서히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주요 정책 추진 계획 발표'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올 한해는 (일선 학교에) AI교과서 사용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격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이은 국회 재표결 부결로 폐기돼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의무 도입은 1년 뒤로 미루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앞서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교육부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낸 절충안이기도 하다.

다만 교육계 일각에선 AI교과서 채택을 일선 학교의 선택에 맡긴 것을 두고 '무늬만 자율'일 뿐 사실상 반강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올해 '주요 정책 추진 계획'에는 AI교과서를 초·중·고교 교과과정 곳곳에서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우선 초1∼고2는 학년 초 진단한 기초학력 도달 여부를 토대로 AI교과서와 연계한 수준별 학습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책임교육학년인 초3·중1은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와 AI교과서 학습분석을 통해 학생 수준을 진단하고 이를 교과보충·튜터링(개인교습) 등과 연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아울러 초3 대상 선택형 늘봄프로그램에 AI교과서를 활용한 보충학습을 개설하는 한편 중등 방과후학교에서도 AI교과서와 연계한 기초학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도 AI교과서가 적극 활용된다.

이와 관련해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시도교육감과 협력해 AI교과서 채택을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 (재정) 지원할 예정"이라며 "특별교부금을 통해서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브리핑하는 이주호 부총리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대구교육청과 경기교육청, 제주교육청 소속 대부분 학교는 AI교과서 채택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실장은 "올 3월에 선정하지 않더라도 1학기 혹은 2학기 중에도 AI교과서 채택 학교들은 계속 나올 수 있다. 하반기에는 채택률이 전국적으로 70∼8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대부분의 학교가 채택하도록 유도한 뒤 2026년 자연스럽게 의무 도입으로 넘어가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늘봄학교를 초교 1학년에 도입할 때도 1학기는 50%만 하고, 그다음에 100% 시행이 됐다"며 "AI교과서는 처음부터 100% 도입하려고 했지만, 현장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그 기간은 1년을 넘길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1년 유예안'이 학교 현장에서의 혼란은 물론 AI교과서 개발사들의 집단 소송 등 대거 반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교과서협회와 AI교과서 개발사들은 13일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개발사들은 올해 의무 도입을 전제로 교과서 가격을 책정한 만큼 향후 교육부와의 협상에서 개발사들이 부르는 가격이 대폭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대충의 가격선에 대해서는 예측하고 있다. 시중에서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지만 우리는 1조원 미만이 될 것으로 추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의무 도입 유예로 인한 개발사들의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가격 협상과는 별도로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에도 매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1년 만큼은 AI교과서가 잘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쌓는 기간이 되도록 정부와 개발사가 협력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최대한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