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122조원 발행…1990년 이후 최대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새해 출발부터 기업들이 대거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정보업체 LSEG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8일까지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투자등급 및 하이일드 채권이 834억달러(약 122조원)로 199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촉발된 시장 변동성에 앞서 채권 투자를 늘리려는 강력한 수요를 활용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JP모건의 투자등급 금융 부문 글로벌 공동책임자인 마크 베이그너스는 "시장이 강하기 때문에 지체할 필요가 없다. (기업들이) 가능한 한 빨리 발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스프레드(국채 수익률과 회사채 수익률 간 차이)도 이런 흐름의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ICE BofA에 따르면 투자등급 미국 기업 채권의 스프레드는 지난 8일 기준 0.83%포인트로, 1990년대 후반 이후 최저치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대체로 1월에는 기업들, 특히 은행들이 채권 발행으로 바쁜 시기이긴 하지만 올해 채권 발행 러시는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전에 더 저렴한 채권 발행을 확정하려 하면서 발생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 등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올해 만기 도래하는 높은 등급의 달러화 표시 채권은 8천500억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는 1조달러를 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차환 발행 압력이 높은 상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투자등급 신디케이트 책임자인 댄 미드는 차입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 환경"이라며 "투자자들의 현금 잔고가 건전하고, 신규 발행물에 대한 수용성이 계속 유지되고 있고, 스프레드가 매우 매력적이어서 발행자들이 기다리기보다 더 빨리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채권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음도 나온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지난 6일 강연에서 "주식과 회사채의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 확률 분포의 하단 부근에 있다"며 "이는 시장이 매우 낙관적인 가정에 기반해 가격을 반영했고, 따라서 나쁜 뉴스나 투자자 심리 변화에 따른 큰 하락에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쿡 이사는 일부 대형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비은행 대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형 헤지펀드를 포함한 일부 비은행금융중개(NBFI) 회사들이 높은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 NBFI는 시장 변동성 등이 유발할 수 있는 유동성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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