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전격 출석한 경호처장…'불응' 예상 깬 이유는

연합뉴스 2025-01-10 14:00:05

공개출석하며 尹체포영장 비판…보수 지지층 결집

휘하 간부 선처 간접 유도…'체포계획' 혼선 노렸을 수도

경찰 3차 출석 요구에 응한 박종준 경호처장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김준태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당초 예상을 깨고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의 세 차례 요구 끝에 이뤄진 출석으로, 1차와 2차 불응 때엔 각각 경호 업무와 관련해 자리를 비울 수 없고, 변호인 선임이 안 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찰은 3번째 출석 요구도 불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 아래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 카드를 검토하고 있던 상황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처장이 예정된 출석 시간 국가수사본부 청사에 등장하자 허를 찔린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경찰에 출석할 경우 자칫 긴급체포 당할 위험이 있음에도 박 처장이 출석을 결정한 것은 우선 윤 대통령 지지층의 최대 결집을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처장은 그간 국가수사본부 조사가 비공개 소환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출석 여부와 시간을 미리 언론에 알렸다. 이후 취재진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박 처장은 미리 메시지를 준비해온 듯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집행 방식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부당하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의 발언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박 처장은 지난 5일에도 서면이 아닌 영상을 통해 체포영장 집행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이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호처를 적극 옹호하며 결집했다.

박 처장이 조사에 응한 상황에서 긴급 체포나 구속영장 신청이 이뤄질 경우 경찰 수사에 대한 윤 대통령 지지층의 저항 강도도 한층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자진 출석한 만큼 도주 우려 등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도 지지층 결집 효과가 생긴다.

박종준 경호처장, 경찰 출석

경호처 휘하 간부에 대한 선처를 간접적으로 유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경호처 간부가 줄줄이 입건되고 이들이 소환 조사에 불응하는 상황에서 경호처 수장인 자신이 체포 등 모든 가능성을 떠안겠다는 포석을 깔았다는 것이다.

현재 박 처장과 함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은 모두 경찰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다.

박 처장을 비롯해 경호 책임자들이 모두 현장에서 배제될 경우 체포영장 집행에 더 큰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출석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출석으로 경찰의 '체포 시나리오'에도 일부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2차 체포 시도에 나서면서 박 처장 등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도 집행해 경호처 수뇌부를 와해하는 작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dh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