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서 장애인·고령층에 희망 주는 첨단기술 선보여
AI 결합으로 기술 진보…"개인 삶 변화시키는 기술 중요"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장애인과 몸이 불편한 고령층에게 희망이 되는 첨단 기술이 대거 선보였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각종 기기와 제품에 접목되면서 장애 등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이 진일보한 것이다.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9일(현지시간)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대거 부스를 차린 유레카관에서 일부 취재진을 상대로 주목할 만한 기술들을 소개했다.
첫 번째로 안내한 기술은 미국 안경 브랜드 레이밴의 제조사이자 메타의 스마트 안경을 개발해온 기업 에실로룩소티카가 내놓은 스마트 안경이다.
청력 기능이 떨어진 이들을 돕기 위한 오디오 기능을 갖췄다. 착용자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나오는 소리를 안경에 장착된 마이크 등을 통해 증폭해서 들려준다.
색상과 형태도 다양해 외관상 일반 안경과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주위 사람들이 보청기로 인식하지 않아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셈이다.
황반변성 등으로 망막이 손상된 이들을 위한 스마트 안경도 전시됐다. 스타트업 솔리드비전이 개발한 제품으로, 안경테에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가 여러 개로 쪼개져 스크린에 투사된 뒤 다시 합쳐진다. 이를 통해 뇌가 정상적으로 3차원(3D) 사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다.
스타트업 메이크센스는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들을 위한 길 안내 기술을 선보였다. 가슴에 단 스마트폰 카메라로 길을 인식하는데, 10㎝ 오차 범위로 보행자의 위치를 찾아낼 정도로 GPS 기능이 정교하다. 보행자는 스마트폰과 동기화된 제품을 손에 쥐고 걸으며 진동 등 촉각으로 길을 안내받는다.
음성을 수어로 바꿔 통화를 원활하게 해주는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스타트업 사인-스픽이 개발한 기술로, 상대방의 음성을 디지털 아바타의 수어로 보여준다. 음성은 텍스트 자막으로도 표현된다. 현재 영어 서비스만 이뤄지고 있지만, 여러 언어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 블루베리 테크놀로지가 내놓은 자율주행 휠체어는 공항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휠체어에 달린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로 전방을 인식한다. 휠체어에 달린 스크린으로 탑승 정보를 볼 수 있다. 홍콩 스타트업 시커는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는 기기를 내놓았다. 가슴에 단 제품의 카메라로 시각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이를 음성 정보로 바꿔 이어폰에 전달한다.
스타트업 로터스가 내놓은 스마트 반지는 적외선을 사용해 불을 켜고 끄는 제품이다. 벽면 전기 스위치에 자석이 달린 커버를 부착한 뒤 반지의 버튼을 누르면 작동한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은 채 전등을 조작할 수 있는 셈이다. 작동을 위해 인터넷도, 애플리케이션도 필요하지 않아 가정뿐 아니라 여행지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제작됐다.
CES에선 해가 갈수록 장애인과 고령층을 위한 기술 혁신을 힘을 주고 있다. 사실상 CES가 첨단 기술의 격전장이자 미래 세계 경제 패권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가운데, 혁신의 명분으로 인간 삶의 질적 향상을 내세우고 있다.
게리 사피로 CTA 회장은 지난 7일 개막을 알리는 연설에서 "기술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산업을 변화시키는 큰 그림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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