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영 장편 '작별의 현'·레이 브래드버리 중단편 소설집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데드 스페이스 = 칼리 월리스 지음. 유혜인 옮김.
인간의 신체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공학과 의학이 발달한 미래. 인공지능 전문가인 헤스터 말리는 인간 지식의 한계를 넓히는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다른 과학자, 엔지니어들과 함께 우주로 향한다.
그러나 지구를 벗어나기 직전 테러 조직이 우주선에 폭발을 일으켜 탑승자 대부분이 목숨을 잃고, 말리는 간신히 목숨을 건져 왼쪽 팔과 다리, 귀와 눈, 곳곳의 장기들을 기계로 대체하는 대수술을 받는다.
말리를 구조하고 치료해준 거대 기업 '파르테노페'는 거액의 비용을 청구하고, 말리는 돈을 갚기 위해 파르테노페에 해를 끼치는 위험인물들을 조사하는 기업 보안관 일을 맡게 된다.
이후 1년 넘게 사이보그가 된 몸에 적응하며 일하던 말리는 로봇 엔지니어 데이비드 프루센코에게서 메시지를 받는다. 프루센코는 우주선 사고에서 함께 죽을 고비를 넘겼던 말리의 동료다.
이 영상 메시지에서 프루센코는 다소 어색한 말투와 표정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하는데, 말리가 메시지를 본 다음 날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보안관인 말리는 이 사건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는다.
2021년 미국 SF(과학소설) 문학상인 필립 K. 딕 상을 받은 장편 소설의 초반 줄거리다.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일련의 사건이 빠르게 펼쳐져 몰입감을 높인다.
황금가지. 384쪽.
▲ 작별의 현 = 강민영 지음.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 터전을 잡은 발라비 종족의 일원 '네하'는 희미하게나마 수면 위의 빛이 스며드는 구역 '빛의 경계'에서 하염없이 빛을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빛의 경계에 가는 것은 발라비 종족에게 금지된 것을 알고도 종종 그곳으로 향하던 네하는 어느 날 빛을 내뿜는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다.
네하가 발견한 것은 지상의 인간 '유진'이 잃어버린 측정기였다. 연구원인 유진은 이미 바닥난 육지의 자원을 대신할 만한 심해 자원을 탐사하고 있다.
이 측정기에는 심해를 관찰하는 카메라와 전파 탐지기가 달려 있었고, 유진은 기계가 전송한 이미지에서 인간과 닮은 네하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지구의 자원이 거의 바닥난 근미래를 배경으로 네하와 유진이 조우하고 서로 교감하는 과정을 담은 판타지 장편 소설이다.
네오북스. 208쪽.
▲ 베스트 오브 레이 브래드버리 =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이주혜 옮김.
미국의 SF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1920∼2012)의 대표 중단편소설 30편을 집대성한 책이다. 2017년 '멜랑콜리의 묘약'과 '온 여름을 이 하루에' 두 권으로 발간됐던 책을 한 권으로 묶었다.
'미소'는 전쟁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미래의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킨 과거의 문명을 혐오하며 수백년 전 그려진 아름다운 예술품에 침을 뱉는 이야기다. '백만 년 동안의 소풍'은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한 가족의 삶을 묘사했다.
SF뿐 아니라 환상 소설도 수록됐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소녀가 달빛 아래에서 치유되는 이야기 '멜랑콜리의 묘약'은 1762년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브래드버리는 장르소설 작가로는 처음으로 2000년 전미도서재단 평생공로상을 받고 미국예술훈장, 프랑스문화훈장, 퓰리처 특별 표창을 받았다. 스티븐 킹이 "브래드버리가 없었다면 스티븐 킹도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소설은 과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때로는 인간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담아냈다.
아작. 464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