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체제 마지막 우크라 지원회의서 발언…트럼프는 조기종전 시사
오후 예정된 기자회견은 취소…'그린란드 논란 부담' 해석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나쁜 (종전) 협상일 경우 중국, 북한, 이란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앞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언젠가 협상이 시작될 때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정학적 맥락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지정학적 맥락'을 강조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 의지를 거듭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휴전 조건으로 언급한 나토 가입에 대해서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모두 그간 바이든 체제에서 유지된 나토 기조를 뒤집는 주장이다.
기상 악화를 이유로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게 도착한 뤼터 사무총장은 별도 질문을 받지 않고 회의장으로 향했다.
그는 이날 오후에는 독일 중부 헤센주 비스바덴 미군 기지에 있는 나토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및 훈련 담당기구'(NSATU)에서 예정됐던 기자회견도 돌연 취소했다.
나토 당국자는 전날 오후 연합뉴스에 "외부 일정 변경에 따라 비스바덴 방문 일정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정 취소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과 관련한 민감한 질문이 집중될 수 있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틀 전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확언할 수 없다"고 답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에도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나토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를 현행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5%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람슈타인 기지에서 열린 UDCG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주도로 약 50개국이 참여해 온 우크라이나 지원 공조를 위한 비공식 협의체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임기 마지막 회의를 주재한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에는 나토 NSATU가 군사원조 조율·통제권을 넘겨받는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인 집권에 대비한 조처로 해석된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