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 그룹, 10위 건설사 현대산업개발 계열사로 둬
허정무·신문선 측 "공정성 의심…선거위원들 못 믿어"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대한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에 건설·부동산을 전문 분야로 내세운 변호사가 3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 축구협회장인 정몽규 후보가 운영하는 HDC 그룹은 대형 건설사 HDC현대산업개발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어 공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9일 연합뉴스가 법조계를 통해 입수한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 위원 명단을 보면 전체 8명의 위원 중 현직 변호사는 5명이다.
이중 축구협회 사내 변호사 한 사람을 제외하면 변호사 4명이 '외부 위원'으로 선거운영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축구협회 선거관리규정은 선거운영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거운영위원의 3분의 2를 축구협회와 관련 없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변호사 외부 위원들의 소속 법무법인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프로필이나 주요 실적을 보면, 4명 중 3명이 건설, 부동산을 자신의 전문 분야로 내세우고 있다.
그중 하나인 A변호사는 '건설∙부동산 관련 소송 및 자문 업무'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그는 최근 부산 지역의 아파트 건설 공사 관련 사건에서 건설사를 대리해 60억 상당의 계약금액을 증액하는 중재 판정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B변호사는 '부동산 개발사업 600건 이상 자문', C변호사는 '건설 부동산 및 기업 내부조사 등 기업운영'을 전문 분야로 소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국토교통부가 매년 공시하는 시공능력평가 2024년 순위에서 10위에 오른 굴지의 대형 건설사다.
정 후보에 맞서는 허정무 후보, 신문선 후보 측은 건설·부동산업이 주력인 이들 변호사들이 과연 정 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신문선 후보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게 말이 되느냐. 이미 법원이 지금까지 선거 운영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현 선거운영위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면서 선거 운영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후보 측 관계자 역시 "선거운영위를 새로 구성하거나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는 등 아예 처음부터 선거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초 축구협회는 8일 제55대 회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선거를 하루 앞두고 법원이 허 후보 측이 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선거가 기약 없이 연기된 상황이다.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