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말레이시아 열대 고원의 복합 휴양도시와 힌두사원-②

연합뉴스 2025-01-10 00:00:34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신구 도심이 어우러진 수도 쿠알라룸푸르(KL)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또 빌딩 숲을 조금만 벗어나면 열대 고원에 세워진 엔터테인먼트 복합 휴양도시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골프도 치면서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종교에 관심이 많다면 힌두교와 불교 사원 방문도 추천한다.

◇바투 동굴 힌두사원

쿠알라룸푸르에서 복합 휴양도시인 겐팅 하일랜드를 향해 북쪽으로 이동했다.

13㎞쯤 가면 나오는 힌두교 성지 바투 동굴에 들렸다.

웅장한 석회암층으로 이뤄진 이 동굴에는 힌두교 무르간신(전쟁과 승리의 신)의 전설이 전해온다.

힌두교의 본향인 인도를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매년 1∼2월에 열리는 타이푸삼 축제 기간에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많은 힌두교 순례자의 고행 순례가 이어진다.

사원 입구부터 온통 총천연색의 화려한 외양이 눈길을 끄는 이곳에는 3개의 큰 동굴이 있다.

가장 큰 사원 동굴은 길이 400m, 높이 100m 규모에 내부에는 천장에 매달린 신비롭고 기괴한 형태의 종유석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중앙동굴로 오르는 길에는 272개의 계단이 있고 그 끝에는 1891년에 세워진 힌두교 사원이 있다.

사원 입구에는 2006년에 제막된 무르간신의 커다란 동상이 세워져 있고,

사원 벽에는 다양한 힌두신 상과 힌두 신화를 그린 벽화가 걸려 있다.

내부에는 수많은 동굴 생물이 서식한다.

중앙동굴의 홀 천장에는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있고 이곳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와 내부의 신비함을 더한다.

동굴 안에 들어가면 커다란 중앙홀 왼쪽에 사원이 있는데 이곳을 참배하려면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넓은 중앙홀 끝에 60여개의 계단이 있고 그 위에 조그만 힌두사원이 하나 더 있다.

필자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힌두교 순례자들은 성직자의 제례에 따라 참배하고 관광객들은 제례에 방해가 되지 않게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람했다.

동굴로 올라가는 계단과 사원 지붕에는 원숭이가 떼 지어 서식한다.

원숭이들은 70도 경사의 계단을 숨차게 오르내리는 순례자와 관광객을 피해 가며 새끼에게 젖을 주고, 장난하고, 이를 잡아주고, 사랑도 하며 일상을 지낸다.

계단 주변을 멀리 떠나지 않고 주변을 계속 맴도는데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간혹 바나나와 과자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힌두사원은 화려한 원색의 외양과 함께 관광객을 아랑곳하지 않는 원숭이들이 뇌리에 남는 장소다.

◇세계 최대 복합 테마파크 겐팅 하일랜드

힌두사원에서 나와 북동쪽으로 차로 1시간 정도 산길을 올라가니 구름 속에 도시가 나타났다.

해발 1천800m에 자리 잡은 엔터테인먼트 도시 겐팅 하일랜드다.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곳은 대규모 리조트와 테마파크, 카지노, 쇼핑센터를 갖췄다.

해발 1천100m에 있는 프리미엄 아웃렛 주차장에 내린 일행은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곤돌라인 아와나 스카이웨이(Awana SkyWay) 정거장으로 향했다.

곤돌라는 친 쉬 동굴 사원을 거쳐 스카이애비뉴(해발 1,725m)역까지 10분간 길이 2.8km를 운행한다.

발밑으로 겐팅 하일랜드의 열대우림과 주요 시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곤돌라는 산 중턱에 있는 친 쉬 동굴 사원역에서 내렸다 탈 수도 있다.

스카이애비뉴역에 내리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다.

층별 외벽 쪽으로는 쇼핑센터와 음식점, 공연장이 배치돼 있고 가운데 넓은 공간에는 다양한 놀이기구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놀이기구 타는 아이들을 부모가 밖에서 지켜보는 모습은 만국 공통의 풍경이다. '구름 위의 라스베이거스'라는 이곳 카지노는 말레이시아에서 유일하게 공인된 곳이다.

고원지대에 위치한 이 복합 휴양도시는 사계절 시원한 날씨에 저렴한 호텔 가격, 다양한 음식점, 매일 밤 펼쳐지는 볼만한 공연으로 해외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의 피서지로도 인기가 높다.

1층으로 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오니 실내 공간의 소음과 네온사인, 화려한 LED 영상이 사라지고 고원지대의 신선한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테마파크 입구에선 여기저기서 거리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일부 관광객이 디즈니 캐릭터를 따라가며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모습도 보인다.

공중으로 관광객이 탄 의자가 거꾸로 매달려 돌아가고 스릴 만점일듯한 스피드트랙에선 짜릿한 탄성이 허공을 가른다.

필자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4개의 놀이기구를 타봤다. 아이나 어른이나 테마파크는 언제나 즐겁다.

산 중턱 절벽에 있는 친 쉬 동굴 사원(Chin Swee Caves Temple)은 불교사원이다.

중국계인 테마파크 창업주가 불교 신자여서 테마파크를 건설할 때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자동차로도 갈 수 있고 곤돌라 역에 내려 걸어갈 수도 있다.

탑과 불상이 구름 속에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신비롭고 거대한 사원이다.

우리나라 사찰과는 달리 여러 신을 모시는 이곳에는 비를 부르고 악령을 내쫓는다는 푸젠(Fujian)성의 신 친 쉬(Chin Swee)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리조트 월드 아와나

겐팅 하일랜드 복합리조트로 올라가는 산 중턱 900여m 부근에 18홀의 골프 코스와 아름다운 정원, 산책로 등을 갖춘 리조트 월드 아와나(Resorts World Awana)가 있다.

이 리조트는 전체적인 시설은 낡은 편이지만 저렴한 숙박료와 다양한 편의시설, 골프장 때문에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리조트 관계자로부터 골프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데 마침 원숭이 수십마리가 떼를 지어 골프장을 지나는 게 목격됐다.

잠시 뒤 이들보다 몸집이 두 배는 더 크고 자태도 늠름한 원숭이 한 마리가 당당하게 걸어왔다, 대장 원숭이라고 골프장 관계자가 귀띔했다.

일행 중 한 명은 평생 본 원숭이보다 많은 원숭이를 한꺼번에 보았다며 신기해했다.

고원의 독특한 지형에 자리 잡은 18홀의 골프 코스는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다양한 먹을거리

말레이시아 인구는 약 2천500만 명으로 인구의 60% 이상이 말레이반도에 살고 있다.

다민족 국가이며 종교도 다양하다. 종교에 따라 각기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말레이인들은 주로 이슬람교를 믿고, 중국계는 불교가 주를 이룬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계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곳이 말레이시아다.

그런 만큼 음식문화도 다양하다. 이슬람의 할랄 음식이 있고, 남인도계가 많아 인도 음식은 남인도 음식이 많다.

국교가 이슬람임에도 대형쇼핑센터와 차이나타운, 재래시장 등의 중국 음식점에서는 돼지고기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한국인을 잡아라'…유치 나선 관광청

말레이시아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47만명에 달했다.

연말까지 관광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80∼90%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청은 지난 11월 말 한국 여행사와 미디어 실무자들을 초청해 현지 여행업계와 연결하는 네트워킹 디너 행사를 여는 등 본격적인 한국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단체관광객이었으나 팬데믹 이후로는 중소도시와 농촌지역 문화탐방, 웰니스 관광, 가족 단위 휴양 여행 등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관광청은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교육과 골프를 테마로 한 상품도 개발했다.

다툭 찬드란 라마 무티 바틱에어(Batik Air) 대표는 "주 7회 운항 중인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 외에 중단기적으로 인천-코타키나발루 노선도 취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rba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