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개혁안엔 "가격도 규제하자" vs "과잉·남용 맞는지부터 따져야"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정부의 실손보험 개혁안을 두고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라는 평과 "보험사 이익만 대변하고 보장성은 축소하는 안"이라는 평이 맞섰다.
비급여 개혁안에 대해서는 "비급여 가격까지 기준을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과잉·남용 진료가 맞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초안을 공개했다.
불필요한 도수치료 등 비중증 비급여 의료행위 일부를 관리급여로 편입해 본인부담률을 높이고, 중증 위주로만 보장하는 5세대 실손보험안을 내놓은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개혁안을 두고 비급여 보고와 관리에 더해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패널로 나선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관리급여는 건강보험 재정이 들기 때문에 소수만 가능하다"며 "급여와 혼합되는 비급여는 전부 다 보고하도록 하고 그렇게 파악된 비급여에 대해선 정부가 가격 가이드(지침)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도 "비급여 원가를 확인해 공시하고, 원가 정보가 쌓이면 이를 기준으로 한 권장가격을 만들어 소비자가 알게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의료계 인사들은 정부에서 규제 항목을 '과잉·남용' 비급여로 규정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양문술 부평세림병원장은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대부분의 비급여 항목 상위 랭킹에 근골격계 질환이 집중된 것은 단순한 도덕적 해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치료가 생김으로써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비급여 증가 원인을 추정했다.
비중증 비급여 보장을 축소한 5세대 실손보험안에 대해서 일부 학계와 보험업계 인사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함명일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비급여 가격·이용량 증가가 결국 필수의료 종사 인력의 수익을 낮추고, 미래 인력이 필수 분야를 기피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필수의료 중증 질환 중심으로의 보장성 강화는 건강보험 개혁과 유사한 방향성이기 때문에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권병근 손해보험협회 이사는 "근본적인 개편으로 인해 상품 경쟁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도, 필수의료 붕괴와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막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당국 의지에 공감한다"며 "중증 질환 위주의 개편안은 일견 타당하다"고 동의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안이 보험회사의 이익만 대변한다며 보장성 축소를 우려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 비중증 과잉 비급여를 축소하면 안 된다"라며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이 확대된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에서 비급여를 특약으로 넣고 대상을 산정특례 등록자로 한정했는데 산정특례 제도 자체가 완벽한 게 아니라 중증질환을 모두 커버한다고 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산정특례는 암, 뇌혈관·심장질환, 희귀질환자 등을 등록시켜 의료비를 덜어주는 제도다.
서인석 로체스터병원장도 "항암 환자들 무균식 주는 것, 심부전 환자들 저염식 주는 것도 치료 목적이 아닌 단순 밥값으로 봐야 하냐"며 "실손보험 전체에 손대지 말고 일단 문제가 되는 항목만 관리하고 점점 범위를 넓히자"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와 금융당국은 토론회에서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의료체계 정상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보장성 축소 우려에 대해서 나온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조우경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원칙적으로 치료에 필요한 것은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홍 금융감독원 보험계리상품감독국장은 "산정특례 대상 미포함자 등 보장 사각지대 우려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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