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 영하 20도 내외 '뚝'…실내서도 패딩 입고 단열재로 바람 막아
팍팍한 살림에 보일러는 무용지물…춘천시, 5가구에 연탄·난방비 등 지원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아침 기온이 영하 20도 내외로 뚝 떨어진 9일 오전 강원 춘천의 유일한 판자촌 후평동 '돼지골'에도 동장군이 맹위를 떨쳤다.
케케묵은 더께가 앉은 판자 끄트머리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고, 살을 에는 듯한 찬 바람은 보온을 위해 외벽과 창문에 달아둔 천 조각과 단열재를 사정없이 내리치고 있었다.
적막한 돼지골에는 얼기설기 쌓은 판자 틈 사이를 휘젓는 차디찬 바람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돼지골 가장 안쪽 자리에 터를 잡고 홀로 살고 있는 박모(89) 할머니는 실내에서도 패딩을 껴입고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안방 바닥에 전기장판을 깔고, 그 위에 덮어놓은 이불 사이를 파고들며 잠시 추위를 잊기도 하지만 코끝은 마치 야외에 있는 것처럼 찡하기만 하다.
방 안이 냉골인 탓에 전기장판이 없는 주방이나 화장실을 오갈 때면 몸이 바짝 움츠러들기 일쑤다.
"가스보일러가 있긴 해. 근데 아유…혼자 있는데 돌리기는 돈이 부담스럽지."
하루 종일 전기장판 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이웃 신모(85)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신 할머니가 주로 생활하는 한 평 남짓한 공간의 절반은 전기장판이 차지하고 있고, 문 틈새는 꽁꽁 막아둔 청 테이프가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신 할머니는 20여년 전부터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 겨울만 되면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산다.
"병원에서 신경성 뭐시기 때문에 그런 거래유.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겨울에는 미끄러워서 괜히 넘어질까 봐 나갈 수도 없어유."
안전을 위해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바꾸면서 이전보다는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바깥 공기조차 쉽사리 쐴 수 없다는 게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다.
스스로 요리조차 해먹기 여의치 않아 매일 오후 방문하는 요양보호사가 신 할머니 하루의 유일한 한 끼를 책임지고 있다.
추위로 주민 간 왕래도 줄어든 탓일까. 말동무가 된 기자를 붙잡고 신 할머니는 6·25 전쟁 이후 겪은 고된 일기를 한참이나 털어놓았다.
이곳 돼지골은 춘천에서 유일한 판자촌이다. 옛날부터 판잣집을 짓고 돼지를 키우며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50대 3명, 60대 5명, 70대 1명, 80대 4명 등 총 10세대에 13명이 살고 있다.
이전에는 돼지골 주민 대부분이 연탄을 이용하며 추위를 견뎠지만, 지금은 1가구를 제외하고 대부분 기름이나 LP가스 보일러로 난방을 교체해 살고 있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 탓에 여전히 이들에겐 겨울이 혹독하기만 하다.
이에 후평1동은 기초연금 대상 가구에 지난해 11월 연탄 300장과 연탄 쿠폰을 지원한 데 이어 4가구에 난방유 사용료를 50만원씩 지원하고 에너지바우처 쿠폰을 지급했다.
또 복지대상자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보건·복지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를 기준으로 산간 지역의 경우 설악산 영하 24.5도, 향로봉 영하 21.8도, 구룡령 영하 18.4도, 대관령 영하 15.9도, 조침령 영하 15.3도, 정선 사북 영하 14.3도, 삼척 도계 영하 13.6도, 태백 영하 12.8도로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일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내륙은 북춘천 영하 15.3도, 해안은 고성 현내 영하 9.7도, 속초 영하 8.8도, 양양 영하 8.3도, 북강릉 영하 8도, 동해 영하 7도, 삼척 영하 6.2도로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현재 내륙과 산지, 고성 평지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당분간 아침 기온이 내륙과 산지를 중심으로 영하 15도 내외(일부 강원산지 영하 20도 내외), 동해안도 영하 10도 내외로 큰 폭으로 떨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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