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선출 효력 법정 다툼…울산지법, 선거 무효 여부만 판단할 듯

'누가 의장이냐' 놓고는 계속 다툼일 듯…"공백 더 장기화 가능성도"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시의회 의장 공백 사태를 불러온 '의장 선출 무효 소송'에 대한 법적 판단이 논란 발생 후 7개월여 만인 오는 2월 나올 예정이다.

다만, 재판부가 해당 선거 결과의 효력 여부만 판단하고, 누가 의장인지에 대해선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백 사태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법 행정1부(한정훈 부장판사)는 9일 진행한 '의장 선출 결의 무효 확인 소송' 재판에서 양측 변론을 마무리하고 오는 2월 13일 선고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송의 시작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에 국민의힘 이성룡 의원과 안수일(현재는 탈당해 무소속) 의원이 후보로 나섰는데 투표에서 양 후보가 11표씩 동일하게 득표했고, 선수(選數·시의원 당선 횟수)에서 앞선 이 의원이 당선됐다.

당시 선거 검표 과정에서 이 의원에게 투표된 기표 용지 중 도장을 두 번 찍은 '이중 기표'가 나왔으나 시의회사무처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해당 기표가 유효하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확인해 이 의원 당선이 확정됐다.

논란은 그 이후에 발생했다.

이미 선거가 종료됐는데 '울산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에 '2개 이상 기표가 된 것을 무효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있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선거에서 진 안 의원이 이 조항을 근거로 7월 초 울산지법에 시의회를 상대로 '의장 선출 결의 무효 확인 소송'과 '의장 선출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논란은 법정으로 비화했다.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선거 효력이 정지됐고, 의장으로서 이 의원 직무 역시 정지돼 시의회는 부의장이 직무를 대리하는 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재판부는 본안 소송을 진행하면서 양측에 서로 화해하고 조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양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재판은 6개월 넘게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번 행정재판에서 해당 선거 결과가 유효인지, 무효인지만 판단하고, 그 결과로써 누가 의장인지를 판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결심에서도, 의회가 선거를 통해 뽑는 의장을 사법부가 가리는 것이 과연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지 자체를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선고에서 원고인 안 의원이 패소하면 선거 결과는 유효가 되고 이 의원이 의장으로 인정되지만, 안 의원이 승소하면 논란은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안 의원 측은 해당 '이중 기표'가 무효표이기 때문에 선거 결과 역시 무효가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결론적으로 득표에서 1표 앞선 자신이 의장에 선출된 것이라고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의원 측은 재판부가 선거 결과 자체를 무효로 판단했기 때문에 새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시의회사무처 역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 시의원은 "1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양측에서 항소할 가능성도 있어 의장 공백 사태가 더 길어질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cant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