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에 겨울폭풍…美, 동시다발 기후재난 '퍼펙트스톰' 강타

연합뉴스 2025-01-09 16:00:14

'가뭄' 시달리던 LA 대형산불…눈구경 힘들던 텍사스는 겨울폭풍

10억달러 이상 연평균 기후재해, 1980~2023년 8.5건 vs 최근 5년 20.4건

산불 연기에 뒤덮인 로스앤젤레스(LA)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기상현상이 잦은 미국에서 대형산불과 북극한파, 눈보라 등 각종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태평양과 맞닿은 미국 서부 최대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국지성 돌풍을 등에 업고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 지역에선 작년 5월 이후 2.5㎜가 넘는 비가 내린 적이 없다. 원래는 우기로 분류되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비가 내려야 하지만 올해는 여태껏 가뭄이 이어지면서 건조한 환경이 유지됐다.

그런 와중 인근 네바다와 유타주에서 이맘때면 불어오는 건조하고 따뜻한 바람인 '샌타애나'가 시작됐고, 소방용수조차 충분치 못했던 LA와 주변 지역은 산불에 속수무책으로 초토화되는 상황이다.

미국 CNN 방송과 AP 통신 등은 현지시간으로 8일 기준 7건의 산불이 발생해 최소 5명이 숨졌고, 여의도 면적(4.5㎢)의 25배 가까운 110㎢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로 계속되고 있다.

텍사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미국 남부 일대에서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겨울폭풍이 예보됐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이날 미국 중부와 남부 10개주에 겨울폭풍 경보와 주의보, 권고를 발령했다.

텍사스주 북동부와 오클라호마주, 아칸소, 미시시피주 북부, 앨라배마주 북부, 조지아주 북부, 테네시주, 켄터키주, 웨스트버지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부 등에 8∼9일 사이 상당한 눈이 내릴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은 북극을 둘러싼 찬 공기의 흐름인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극와류)가 확장되면서 발생했다.

눈에 덮인 워싱턴DC 중심부 내셔널 몰 공원

이미 미국 동부와 중부 지역에서는 이달 초부터 폭설로 곳곳의 도로가 통제되고 철도·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는데, 이제는 겨울에도 웬만해선 눈을 보기 힘들던 텍사스 등 남부 주들로까지 영향권에 들기 시작한 것이다.

NWS는 미국 중남부 일대를 강타한 겨울폭풍이 11일 오전에는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워싱턴DC와 미국 동부 연안의 여러 주에도 눈을 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DC에서는 지난 주말 5∼9인치(12.7∼ 22.86㎝)의 폭설이 내리면서 상당수 학교가 9일까지도 휴교령을 유지하는 등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대형 재난 발생 빈도가 늘고, 이상기후현상의 강도 역시 과거보다 강해졌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작년 11월 1일 기준으로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피해규모 10억 달러(약 1조4천600억원) 이상 기후재난은 총 24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극심한 폭풍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태풍이 4건, 산불 1건, 겨울폭풍이 2건이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418명으로 집계됐다.

NOAA 소속 응용기후학자 애덤 스미스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 피해액이 10억 달러를 넘는 기후재난이 최근 수십년 사이 급격히 증가해 왔다고 말했다.

NOAA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3년 사이 발생한 피해액 10억불 이상 기후재해는 연평균 8.5건에 불과하지만, 최근 5년만 따져보면 연평균 20.4건의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