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재표결 부결되자 '제삼자 추천'으로 바꾸고 수사기간 줄여 재발의
與 "수사 범위 축소·브리핑 제한해야"…자체 수정안으로 반전 모색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최평천 기자 = 여야가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된 '내란 특검법'의 수정안을 각각 추진하면서 양측의 접점이 찾아질지 주목된다.
첫 특검법을 밀어붙였다가 정부·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힌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제삼자에게 주는 등의 내용으로 수정안을 재발의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자체 수정안을 만들기로 하면서 여야 협상의 '수 싸움'이 시작된 형국이다.
민주당은 9일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대법원장에게 주고, 수사 인력을 205명에서 155명으로, 수사 기간을 최장 170일에서 150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내란 특검법을 발의했다.
야당이 후보자의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담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세 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내며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되, 야당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여당은 당시 이를 문제 삼아 법안에 반대했는데, 이를 고려해 이번 내란 특검법에서는 비토권을 넣지 않았다.
민주당은 '양보'를 통해 특검법의 통과 가능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날 내란 특검법이 재의결 요건에 2표가 부족해 가까스로 부결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수정안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14일에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속도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어쨌든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당의 안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 보기에도 좋다"며 "다수당이 독주하는 이미지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이처럼 충분한 협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자체 수정안을 준비해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헌법의 틀 안에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입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수정안을 놓고 협상에 나설 경우 쟁점은 '수사 범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날 재발의한 특검법 수정안에서도 윤 대통령이 내란을 총지휘했다는 의혹, 내란 종사·모의·가담한 인사들에 대한 의혹과 함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을 특검이 수사한다는 기존 특검법의 내용은 바꾸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이같은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모호한 데다, '별건 수사'까지 가능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여당 의원들을 내란 선전죄로 고발하고, 내란 공모자라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이런 광범위한 수사와 별건 수사까지 진행되면 여권 전반에 대한 수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의힘은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기존 조항과 관련해서도 군사기밀 유출과 인권침해 논란을 고려해 브리핑을 제한하는 것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수사 상황이 실시간 중계돼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소 조항,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안을 갖고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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