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71억달러 수주…중동 수주가 절반 차지
반도체·자동차 이어 세번째 1조달러 금자탑…첫 해외수주 이후 59년만
국토장관 "도시개발·철도수출 지원해 2조달러 시대로"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371억1천만달러(약 54조원)로,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건설 누적 수주 금액은 1965년 11월 현대건설의 첫 해외 수주(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 이후 59년 만에 1조달러를 넘는 금자탑을 쌓았다.
◇ 중동서 '잭팟'…유럽선 태양광·배터리공장 수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54개 해외건설 기업이 101개국에서 605건(371억1천만달러)을 수주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은 정부가 목표치로 잡은 400억달러를 넘지는 못했으나, 2015년(461억달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다. 전년보다는 11.4% 증가했다.
연간 수주액은 2020년(351억3천만달러)부터 5년 연속 300억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중동 수주가 184억9천만달러(49.8%)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잭폿' 수주가 이어진 덕분이다.
지난해 4월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73억달러 규모의 파딜리 가스 플랜트 증설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중동에 이어 아시아(19.2%), 유럽(13.6%)에서의 수주 비중이 높았다.
유럽 수주액은 1년 새 140% 증가했다. 유럽 국가의 친환경·신산업 분야 투자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이 태양광 발전, 배터리 공장 수주를 적극 추진해 이뤄낸 결과다.
정부는 향후 유럽·북미 인프라 시장 규모가 커지며 선진시장 수주 실적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주가 119억달러(32.1%)로 가장 많았으며 카타르(47억5천만달러·12.8%), 미국(37억4천만달러·10.1%) 순이다.
공사 종류별로 보면 산업설비 공사가 전체 수주액의 65.5%, 건축이 14.1%, 용역은 10.3%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특히 투자개발사업 수주(51억7천만달러)가 2023년 14억6천만달러에서 1년 새 3.5배로 늘어나 주목된다. 이로써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체 수주액의 13.9%를 차지했다.
투자개발사업은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참여자가 부담하며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에 따라 분배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정부는 단순 도급 공사 위주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형 수주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투자개발사업 수주 비중이 10%대로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1조달러 수주서 중동 3국이 31% 차지
누주 수주액 1조달러 돌파는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건설이 세 번째다.
그간 해외건설 수주액을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17.7%로 가장 많았다. 아랍에미리트(8.4%), 쿠웨이트(4.9%)까지 더하면 중동 3개국이 31%를 차지했다.
중동 국가 다음으로는 싱가포르(4.8%)와 베트남(4.8%) 수주액이 많았다.
최근 3년(2022∼2024년) 기준으로는 사우디(24.5%), 미국(16.9%), 카타르(6.4%), 인도네시아(4.8%), 헝가리(3.6%) 순으로 수주액이 많아 수주국이 북미·유럽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기업별로는 해외건설의 전통적 강자인 현대건설의 누적 수주액이 14.5%를 차지했다. 삼성물산(9.2%), 삼성E&A(9.0%), 현대엔지니어링(7.3%), GS건설(7.1%)이 뒤를 이었다.
단일 기준 역대 최대 해외 공사는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따낸 첫 해외 원전 사업으로, 총공사비가 191억3천만달러에 달했다.
2위는 한화 건설부문이 2012년 이라크에서 수주한 총 80억3천만달러 규모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이며, 3위는 지난해 수주한 73억달러 규모 파딜리 가스 플랜트 공사다.
한국의 경상수지에서 건설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13%로, 세계 20대 경상수지 대국 중 가장 높다. 해외건설이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한 바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수지 비율도 0.25%로 2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우리 기업이 전통적인 건설산업의 틀을 넘어 도시개발, 철도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라며 "이들을 적극 지원해 K-도시와 K-철도 수출, 투자개발사업을 통한 해외건설 2조 달러 시대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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