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경영 누가 더 잘할지, 주주 판단 받을 것"(종합)

연합뉴스 2025-01-09 12:00:10

연합뉴스 인터뷰…"방만 투자 비판하면서, 신사업 투자 계승은 모순"

"MBK, 경영권 가져가면 단기이익 몰두해 고려아연 미래 희생 우려"

23일 임시주총에 집중투표제 등 상정…"국민연금 등 주주 지지 확보할 것"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슬기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놓고 영풍·MBK파트너스와 표 대결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결국 누가 더 회사를 잘 경영할 것이냐가 근본적인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50년 동안 고려아연을 좋은 회사로 성장시켰고,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해 앞으로도 더욱 건실한 회사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이런 점들을 주주들께서 평가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이 세계 제1의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본업에 충실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보고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전략을 충실히 시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최 회장이 취임 후 고려아연의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등 3대 신사업을 말한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영풍·MBK파트너스를 향해서는 "흑색선전으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목적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 등이) 제가 너무 방만하게 투자해 회사가 망할 것 같다고 공격하면서 동시에 외신 인터뷰에서는 수익률이 높아서 고려아연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하고, 동시에 (제가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계속 진행한다고 말씀하신다. 너무 모순이 많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 회장은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가져가게 되면 이들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보다 단기적 이익 확보에 몰두하면서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의 미래가 희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아연 제련 등 동종업을 영위하는 영풍이 자기 회사 경영에 실패하면서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건실하게 성장한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것은 이해 상충이 너무 심하다"며 영풍 석포제련소가 폐수 무단배출 등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아 오는 2월 26일부터 58일간 조업정지에 들어가는 상황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조업정지가 끝나도 석포제련소는 올해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비정한 얘기지만, 고려아연 등 아연 업계는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해야 할 텐데, 과연 영풍이 고려아연을 지배하게 되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가게 되면 석포제련소의 환경·조업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고려아연의 자원을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과 영풍·MBK 측은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각자 상정한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최 회장은 '필승 전략'을 묻는 말에 "전략은 아주 간단하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번 임시 주총에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최 회장은 "사실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등 가치판단이 없었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기관 등이 소액주주 권한을 극대화하는 바람직한 제도로 권고하고 있어 현 경영진의 권한을 저하하지만, 주주 이익과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소수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 소수 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된다.

경영권 분쟁 이후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최 회장은 사익이 아닌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고,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저와 저희 집안이 고려아연 지분을 몇십% 갖고 있다고 해서 평생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화나 LG, 현대차, 국민연금 등 모든 주주의 지지를 받고 1년에 한 번 이상은 경영에 대해 승인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왔다. 집중투표제를 통해 그런 테스트가 조금 더 까다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중투표제뿐 아니라 MBK가 주장하는 집행임원제도 마찬가지"라며 "저를 몰아내려고 주장하시는 것 같은데, 집행임원제가 대표이사제와 다르지만, 결국 회사를 경영하는 방법이 다른 것일 뿐"이라며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상당 시간을 신사업 추진 방향과 회사 비전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최 회장은 "제련업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 전기요금 부담 문제를 풀다 보니 태양광·풍력 발전에 진출하게 됐고, 호주에서 대규모 태양광 풍력 발전 배터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수소, 그린 암모니아,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사업 진출을 타진하며 수익선을 넓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례로 도시광산에서 원료를 뽑아내 동을 생산하는 사업의 경우 현재 연간 3만5천t 규모에서 15만t 규모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수천억원 규모의 추가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백조가 우아하게 물에 떠 있지만 물 밑에서 발을 쉼 없이 휘젓는 것처럼 고려아연의 성과는 꾸준한 투자와 혁신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