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엔비디아 시대' 이어질 것…AI 반도체 시장 분화하면 기회 온다"
SK 생태계 일원으로 CES 2025 공동 참여…"3∼4년내 기업가치 10조원 목표"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는 한동안 엔비디아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비(非) 엔비디아' 진영의 최고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가 열린 7일(현지시간) SK 공동전시관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AI 반도체 산업 지형을 진단하고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SK텔레콤[017670]의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한 리벨리온은 지난달 기준 기업 가치가 약 1조3천억원이라고 밝혔다.
리벨리온은 향후 SK텔레콤, SK하이닉스[000660] 등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해외 진출을 도모할 계획으로, 올해 CES의 SK그룹 공동전시관에 저비용 고효율 AI 반도체인 아톰과 서버 랙 등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다음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와 일문일답.
-- SK와 공동 전시관을 마련한 이유는.
▲ 물류의 핵심 인프라가 고속도로이듯이 AI 인프라 핵심은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반도체뿐 아니라 에너지, 화학, 기판 유리 등 다양한 산업 기반이 필요하고 SK는 이를 갖춘 회사다. 리벨리온도 SK 그룹과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이루는 일원으로서 CES 2025에 함께 참여했다.
-- 맞춤형 반도체(ASIC) 기업 브로드컴이 엔비디아 대체재로 치고 올라오는 등 요즘 AI 반도체 시장 지형이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인 것 같다.
▲ 엔비디아가 이제 브로드컴과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엔비디아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AI 반도체의 알파부터 오메가는 사실 엔비디아기는 하다. 지금 AI 반도체 시장을 권투로 비유하자면 모든 체급의 챔피언을 엔비디아 한 명이 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하나의 공급자(밴더)가 지배하는 시장은 건강한 구조가 아니며 마진율 등이 높아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고 엔비디아를 부자연스럽게 규제하는 것은 안 되고 건강한 도전을 받아야 할 것이다.
--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서 NPU 등 AI 반도체 기업으로서 어떤 활로를 찾고 있는지.
▲ 우리는 페더급이면 페더급, 미들급이면 미들급 등의 특정 체급에서 사활을 걸어보려는 것이다. AI가 거대한 규모의 비즈니스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분야가 굉장히 분화될 것이라고 본다. 그 분야 중 상당수, 특히 AI 학습·훈련 분야는 여전히 엔비디아에 고정될 것이지만, 우리가 1위를 노려볼 만한 분야가 분명 생길 것이고, 우리는 그러한 '비(非) 엔비디아' 진영의 1위 기업이 되려고 한다.
가령 엔디비아의 고사양 칩을 소규모 언어모델(sLLM)에 쓰는 것은 부적합하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지원하지 못하더라도 사양이 낮은 AI 칩이 은행의 대출 상담 AI 모델, 항공사의 예매 AI 모델과 같은 작은 규모의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는 유효하다. 이러한 소규모 언어모델에 적합한 AI 반도체 '아톰'과 좀 더 큰 모델에 적합한 '리벨' 두 사양을 중점적으로 밀고 있다. 다음 모델로 라마 3.1 모델을 대상으로 하는 아톰 맥스를 내놓을 예정으로, 설계를 끝낸 상황이다.
-- 향후 사업 계획을 수치화한다면.
▲ 한국에서는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언더독(스포츠 경기에서 약자)인 상황이다. 미국에도 리벨리온과 비슷한 포지션으로 경쟁하는 삼바노바, 그록 같은 회사가 있는데 이들과 승부를 내는 경선을 먼저 치른 뒤 엔비디아와 한 무대에 서서 겨루는 게 목표다. 재미있는 사실은 리벨리온이나 다른 AI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엔비디아의 파이를 가져올 텐데, 워낙에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시장 점유율을 잃더라도 시장 참여자가 가져가는 몫은 점점 커질 것이다. 리벨리온이 유니콘 기업이 되는 데 3년이 걸렸으니 앞으로 10조원짜리 회사가 되는 것은 3∼4년 안으로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c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