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미국 색면추상작가 2명 페이스 갤러리 동시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한남동의 페이스갤러리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미술의 주류였던 추상표현주의의 두 작가 케네스 놀런드(1924∼2010)와 샘 길리언(1933∼2022)의 개인전으로 새해 전시를 시작한다.
두 작가는 추상표현주의 중에서도 단순하게 색과 선을 중시한 색면(color field) 추상 화가, 그중에서도 워싱턴 색채파로 분류되지만 세부적인 작업의 결은 다르다.
놀런드는 추상표현주의 작가 중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같은 '따뜻한 추상'과는 달리 기하학적 형태를 강조하는 '차가운 추상'에 가까운 작가다. 그는 선과 색, 평면에 몰두하며 색면 추상 회화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과녁, 셰브런(V형), 다이아몬드 형태 등으로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에 윤곽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여러 색을 더하며 색채와 형태의 융합을 시도했다. 캔버스의 형태 역시 정형화된 직사각형이 아닌 정사각형이나 7각형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했다.
갤러리 1, 2층 전시장에서는 1960년대 중후반에 제작된 '스트라이프'와 '다이아몬드', '셰브런' 시리즈 등 다양한 구도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말년에는 좀 더 자유로운 색채 실험을 하기도 했다. 전시에 나온 2006년작 '인투 더 쿨'(Into the Cool)은 과녁 형태 모티브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기하학적 도형과 선명한 윤곽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연하고 투명한 색채 표현을 볼 수 있다.
3층 전시장에서 소개되는 길리엄은 색면 추상 작가 중 흔치 않은 흑인 작가다. 놀런드가 캔버스의 형태를 변화시켰다면 길리엄은 1960년대 캔버스를 벽에 거는 대신 천장이나 벽에 매달거나 아예 늘어뜨리는 드레이프(Drape) 회화 작업으로 색면 추상 회화 개념을 평면에서 조각과 설치에 가깝게 확장했다.
1972년 흑인 작가로는 처음으로 베네치아비엔날레 미국관 작가로 참여하는 등 주목받았지만, 흑인 정체성을 반영한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받았고 말년인 2010년대에 들어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1991년 서울 워커힐미술관에서 '개똥벌레'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고 그해 대구 미국문화원을 방문해 강연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제작된 드레이프 작품과 함께 일본 전통 종이인 와시(和紙)를 이용한 추상 수채화 작품을 소개한다. 종이를 접고 구부려 종이에 스며든 색이 번지고 얼룩진 형태로 표현되면서 드레이프 작업처럼 평면인데도 조각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작품들이다.
두 전시 모두 10일부터 3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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