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좌충우돌' 내란죄 수사

연합뉴스 2025-01-09 09:00:07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를 놓고 한 법조계 인사는 "세부사항 속에 문제점이 숨어있다는 뜻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속담이 실감난다"고 했다. 내란죄 수사가 체계 없이 좌충우돌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개탄하면서 나온 말이다. 실제로 한 달간 이어진 내란 혐의 수사는 윤석열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안갯속 형국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내란 혐의 수사는 수사기관 간 공조가 필요조건임에도 초기부터 수사 주체와 권한, 방식 등을 놓고 불협화음을 냈다. 검찰은 수사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직권남용 혐의를 내란죄로 확장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경찰은 법적 관할권을 강조하며 독립적인 수사를 선언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가세하면서 사건 이첩을 요구했다. 수사기관 간 갈등과 관할 다툼이 사건 해결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냈다.

현재 내란 혐의 수사는 공수처와 경찰 특별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 등 공조수사본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사의 '핵심'인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공수처가 이끌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까지 발부받아 놓고도 집행 5시간 반 만에 회군했다. 이후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떠넘기려다가 경찰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이를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의 수사력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적법한 수사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체포영장을 비롯해 수사 협조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죄목록에서 배제됐고, 경찰이 수사 주체로 지정돼있다. 공수처도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직권남용 관련 범죄라는 명목으로 내란 혐의를 입건해 윤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다. 애초부터 검찰과 공수처, 경찰이 합동수사에 나섰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내란죄 수사 주체와 권한 논란이 커질수록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조사는 어려워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기소되더라도 법정 공방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에 특별검사가 내란죄 수사를 전담하는 '내란 특검'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특검 출범 이전에는 경찰 특별수사단을 중심으로 공수처와 국방부 조사본부 등이 협력하는 게 합리적이다. 차제에 사법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수사를 통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듯이 각 수사기관의 권한과 역할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jongwoo@yna.co.kr